"하천변에 들풀 가벼이 보지마라" 알고보니 '조사료 곳간'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생산비 상승은 소비자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이렇게 가격이 뛰게되면 국내 축산 소비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축산 농가의 경영 불안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생산비 절감은 축산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요소로 꼽히며 이를 위해 국내산 조사료의 공급 확대를 통한 생산비 감소 방안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 및 수입조사료 가격 상승은 올 해 축산농가들의 경영에 큰 압박이 됐다. 지난 7월 옥수수 가격(항만 도착도 가격)은 2020년 평균 대비 90% 상승했고(대두박 52.4%↑, 소맥 52.5%↑), 사료작물인 국산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는 같은 기간 138원/kg에서 252원/kg(82.6%↑)으로, 수입 티모시는 393달러/톤에서 537달러/톤(36.6%↑)으로 급등했다.
조사료는 한우, 육우, 젖소 등 반추가축 사육에 있어 필수적인 섬유질 사료이며 이들 영양생리 특성상 조사료(풀사료)의 공급은 건강 및 생산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상적인 배합사료 대비 조사료 공급비율은 50~60%에 도달해야하지만 국내 생산 조사료의 50%이상이 영양소 함량이 극히 낮은 볏짚임을 감안하면 양질의 조사료 공급은 충분하지 못한 편이다.
수입조사료의 경우, 통관절차를 거쳐 축산농가로 유통되는 데 매우 복잡한 운송·처리·유통단계를 거쳐야 하며 유통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양질의 조사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논이나 휴경지 또는 하천 등에 사료작물을 재배·이용하는 것은 조사료 자급과 외화절약차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시도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축산농가들의 조사료 부담 완화를 위해 '하천부지를 활용한 들풀 사료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올 해 충남 부여 백마강 하천부지 등 전국 12곳(전체 1,195ha)의 하천부지에서 한우 4,300두의 연간 급여량에 해당하는 1만7,261롤(6,045톤)의 조사료를 생산했다고 26일 밝혔다.
하천부지를 활용한 들풀 사료화가 성과를 거두면서 같은 기간 농가 사료비도 볏짚가격 기준으로는 11.6억(에뉴얼 기준 30.9억, 페스큐 기준 35.5억)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충남 부여축협의 경우, 2018년 부여군과 금강변 둔치(140ha) 친수공원 경관개선 및 관리 협약을 체결해 풀베기 및 들풀 수거작업을 연 2회(6월, 9월) 실시하고 있다. 금강변 군수지구(67ha), 신리(26ha), 백제보(25ha), 기회(21ha)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면적은 140ha 이지만 1년에 2회 채취가 가능해 실제 이용 면적은 480ha에 달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들풀은 연간 875톤으로 약 2,500롤에 해당한다.
하천부지를 활용한 들풀 사료화는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부여축협은 풀베기 및 야초 수거작업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친수공원의 경관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생산되는 야초에 대해서는 전량 축협 생축장의 한우 먹이로 이용한다. 또 둔치에 수단그라스, 유채, 메밀, 호밀 등 경관작물을 식재해 관리함으로써 억새 탐방 등 지역 주민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여축협 조사료생산 사업단 한 관계자는 "한우에 야초를 급여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한편 조합원에게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또 백마강 일대에 경관작물을 식재하다 보니 주변 풍경이 멋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하천부지, 간척지, 댐내 미침수부지 등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한 조사료 신규 재배면적 확보는 축산업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우, 번식우, 젖소 등 국내 사육두수는 수년 째 계속 증가세다. 한우는 2010~2019년 평균 287만 9,000두 수준이었으나 2021년 337만 4,000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약 49만두가 증가하면서 연간 69만 3,000톤의 조사료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2023년 500ha 규모의 유휴국공유지 재배단지 조성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하천부지의 들풀 채취를 통해 1만500톤(3만롤)의 조사료를 생산한다는 복안이다.
정경석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축산농가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천부지의 들풀 자원 활용은 물론 일반 유휴농지도 조사료작물 재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중에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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