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비밀경찰서' 지목된 중식당 "손님 단 2명, 자장면 시켰더니…"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서울 강남권의 중식당 A 음식점은 한산했다. 26일 오후 2시.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각이긴 했지만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1층의 넓은 홀은 머니투데이 취재진 2명 밖에 손님이 없었다. 종업원들은 손수레로 실어 온 중국 백주가 담긴 종이상자를 하얀 목장갑을 끼고 옮기느라 바빴다. 1층 한편에 백주가 담긴 상자가 천장에 닿을 듯 쌓였다.
이 중식당 건물은 총 3층으로 1층은 홀과 개별 룸, 2층은 룸, 3층은 연회장으로 구성됐다. 취재진이 방문한 시간에는 전 층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메뉴판을 가져다준 직원은 '사람이 너무 없다'는 말에 "오늘이 월요일이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종업원들은 중국 억양이었지만 한국어로 대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자장면(8000원)과 짬뽕(9000원)을 주문하자 15분 뒤에 음식이 나왔다. 반찬으로는 자차이와 치킨 무가 나왔다.
이 식당은 중국이 한국 내 비밀경찰 조직의 거점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외견상으로는 일반 중식당과 차이가 없지만 규모에 비해 손님이 없어 적자가 쌓였는데도 운영을 계속해서다. 이달까지만 영업을 하고 다음달부터 시설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점도 의심을 키웠다.
해당 식당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이다. 식당에서 만난 지배인은 "예약 손님만 받고 있다"면서 의혹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이런 (관련 없는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생길 거라 상상도 못 했다"며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비밀경찰 의혹과 식당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였다. 지배인 역시 한국어가 유창했다.
이곳에 2년 넘게 주류를 납품했다는 주류수입업체 관계자는 "(비밀경찰서) 보도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영업 방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도 여기가 목숨줄인데 증거도 없는 의혹으로 애꿎은 사람들의 밥줄이 끊기면 누가 책임을 지냐"고 반문했다.
의혹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식당은 적자를 내고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된 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중식당의 운영 주체인 B 법인은 매출이 2018년 1억2618만원, 2019년 2억6407만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마이너스(-) 2억2991만원, 2019년 -6억8640만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시기에는 적자가 더욱 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진 2명은 자장면과 짬뽕을 시켰지만, 다 먹지 않고 3분의2 이상 남겼다.
식당 관련자들은 적자를 내더라도 운영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재벌 2세, 3세들이 경영 수업하면서 거액을 날릴 때가 있는 것처럼 이 식당의 소유주도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적자가 날 수도 있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의혹"이라고 했다.
이 식당은 오는 31일까지 운영하고 시설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일각에서는 비밀경찰 의혹이 제기되자 이달까지만 영업하고 폐업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식당 측은 시설을 보수·점검하는 차원에서 공사를 마치고 영업을 재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관계자는 "리모델링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 내 비밀경찰서 운영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지난 23일 대변인 명의 입장에서 "한국의 개별 언론이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서울에 '해외경찰서'를 설치했으며 강남의 한 음식점이 '거점'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관련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 이른바 '해외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이날도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개별 언론이 사실의 진실을 외면하고 근거 없이 구실을 잡아 고의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중한 관계의 여론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의 내정을 존중하여 한국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히고 싶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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