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하철 만능주의 멈춰야, 무임승차 손실 정부 지원이 타당"

김지현 기자, 기성훈 기자 2022. 12. 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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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사진제공=서울시

"경전철 공약과 같은 정치권의 '지하철 만능주의'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사진)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운영 비용 충당 여부에 대한 고려도 없이 민자경전철이 선거철만 되면 공약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한 뒤 "문제는 경전철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결국 책임은 서울시가 지는 구조"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실제로 2017년 개통한 서울 최초의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2018년 말 자본 잠식에 빠진 후 파산 위기에 몰렸다. 백 실장은 "지난해 4월 사업시행사들과 사업 재구조화를 위한 검토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협약을 해지하고 재구조화를 통해 신규사업자를 공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자경전철은 우이신설선 외에도 지난 5월 개통한 신림선이 있다. 여기에 동북선이 건설 중이고, 위례신사선과 서부선은 실시협약에 대한 협상 중이다. 백 실장은 "이들 노선 역시 예측수요 대비 실수요 부족으로 운영차질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민자철도 운영의 체계적인 관리와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초부터 이슈가 된 심야 승차난에 대해선 "지난 1일 심야 할증 인상 이후 택시 공급이 지난달 대비 평균 12.2% 증가해 수요 공급 분석이 맞아 떨어졌다"면서도 "다만 법인택시 기사 수급을 더 늘려야 공급난이 확실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리스제와 전액관리제 개선 등을 국토교통부와 논의 중인데 법인택시 기사 이탈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방자치단체장에서 국토부로 환수된 '택시 부제 해제 권한'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하철 무임손실 정부지원 타당…9호선 48칸 증편 추진
지난달 8일 연말연시 심야 승차난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 중인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사진제공=서울시
백 실장은 도시교통실 내에서 교통운영관과 교통정책관 등을 거쳐 실장까지 임명되며 약 8년간 서울시 교통을 책임져왔다. 그간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에 대해 고심해온 배경이다. 그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하철 무임수송에 대한 국비보전"이라며 "지난 5년 서울 지하철 평균 무임승차 손실은 교통공사 당기순손실의 49.6%인 3236억원에 달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엔 지자체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빠졌다.

백 실장은 "정부 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인 무임승차 손실은 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정부 지원이 타당하다"며 "손실보전이 없다면 지하철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지난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교통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 실장은 "혼잡도가 극심한 신도림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역 등에선 시민들이 불안을 수시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승객 이동 동선과 안전 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등 즉시 가능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혼잡도가 극심한 9호선을 2024년 초까지 48칸 증편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4개 지역에서 자율주행 운행 및 실증을 추진하는 성과를 냈다. 기존 운영지인 상암은 유상운송을 시작했고, 강남·청계천·청와대까지 확대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백 실장은 "자율주행 정책의 성과는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 운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상 통행 환경에서 실증 경험을 쌓아 더욱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과거 1990~2000년대 초가 교통 인프라 구축단계였다면, 현재는 대중교통 완성 및 안정 운영단계인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전환 단계의 초입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화에 발맞춰 신구 정책을 동시에 선도하는 현재진행형 단계인 만큼 이 시기가 향후 10년, 20년의 교통 발전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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