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묘년, 취약차주를 대하는 마음은

박슬기 기자 2022. 12. 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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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에게 한달 이자가 수십만원 늘어도 사실 큰 타격은 없어요.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금리 인상기에 매우 취약하죠."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우려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연 3%의 금리로 빌렸을 때 월 이자는 75만원에 그쳤지만 금리가 8%로 오르면 월 이자가 2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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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에게 한달 이자가 수십만원 늘어도 사실 큰 타격은 없어요.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금리 인상기에 매우 취약하죠."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우려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들어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기간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빠르게 올리면서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2000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기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기준금리가 0.50%에서 3.00%로 뛸 동안 5.34%로 2.36%포인트나 치솟았다.

앞서 2005년 10월~2008년 9월(3.25→5.25%) 기준금리가 2.0%포인트 상승할 당시에는 7.45%로 1.7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6월~2011년 6월(2.00→3.25%)에도 0.32%포인트, 2017년 10월~2018년 11월(1.25~1.75%)에는 0.12%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년 전 3~4%대에 그치던 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7~8%대로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연 3%의 금리로 빌렸을 때 월 이자는 75만원에 그쳤지만 금리가 8%로 오르면 월 이자가 200만원에 달한다. 한달 금융비용만 12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연 소득이 3080만원인 소득 2분위(하위 20~40%)의 경우 연 이자(2400만원)가 소득의 78%를 차지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에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이 과거에 비해 유난히 컸던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2021년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에 맞춰야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나갈 수 있는 총 가계대출 연간 규모가 약 42조원으로 제한되다 보니 은행들은 같은 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다만 올해말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는 전년말보다 주춤해진 상태다. 금융당국이 관치 비판에도 은행권에 예금과 대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결과다.

예금과 대출금리 인상을 모두 억눌러서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은행들도 취약 차주 지원책을 잇따라 내놨다.

신한금융은 5년간 총 33조3000억원을, 하나금융은 연간 26조원, 우리금융은 3년간 23조원, NH농협금융은 연간 27조원을 취약 차주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KB금융은 취약 차주 지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KB국민은행은 서민금융지원 대출 금리 인하,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택 관련 대출 우대금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서다.

이런 때일수록 취약 차주의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금융권의 정교한 대책이 절실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늘 가장 취약한 곳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금융부실이 사회 전반에 번지지 않도록 금융권은 취약 차주와 동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묘년에는 금융권이 이자 장사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취약 차주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새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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