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때리려는 '꽁초젖병 문 아기' 그림…'아동학대'라는데

강승지 기자 2022. 12. 27.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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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 변경 논란…여성변호사회 "모방범죄 우려, 사용 중단 촉구"
정부 "간접흡연 폐해 강조할 직관적 표현…변경할 뜻 없어"
제4기 담뱃갑 경고그림 및 경고문구 표기 내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23일부터 교체된 담뱃갑의 경고 그림과 경고문구가 때아닌 '아동학대' 시비에 올랐다. 그동안 담배 연기에 코를 막은 어린이의 모습이 실렸는데, 이번에 갓난아기에게 담배꽁초로 가득 찬 젖병을 물리려는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기를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우려에 정부는 "간접흡연 폐해를 강조하려는 취지"라며 "혐오도 등 주관적 영역에 대해 여러 의견을 수렴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충격요법에 대한 논란을 넘어 흡연의 폐해가 알려지고, 흡연율은 줄어들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 논란…"사용 중단" vs "직관적 표현, 의견수렴 거쳐 결정"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6월 22일 고시했던 제4기 담뱃갑 경고 그림과 경고문구를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3일부터 적용했다. 바뀐 그림과 문구는 앞으로 24개월간 담뱃갑에 반영된다.

총 12종(궐련 10종, 전자담배 2종)인 그림은 액상형 전자담배 1종을 제외하고 이번에 모두 교체됐다. 문구는 12종 중 궐련 10종을 '수치 제시형'에서 질병명과 건강위험을 표현하는 '질병 강조형'으로 교체했다.

효과성, 익숙함 방지를 위한 교체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주제별 특성에 따라 건강위험에 대한 표현을 강화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은 그림과 문구를 24개월 주기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 '간접흡연'을 주제로 한 그림은 담배 연기에 코를 막는 아이의 얼굴을 표현한 그림에서 담배꽁초가 가득한 젖병을 아기에게 먹이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동학대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며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그림은 그 자체로 아동학대의 모습으로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학대 모방범죄마저 심히 우려된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듯, 간접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도 아기를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들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대국민 효과성 평가, 금연정책전문위원회 논의,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한 내용이며 행정예고 기간을 통해 6개월간 의견을 들어 확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림 혐오도 등은 주관적 판단영역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위 논의를 여러 차례 거쳤고, 성인과 청소년 약 2000명 대상 인식도 조사와 심의도 거쳤다"며 "행정예고 기간에도 여성변호사회 등에서 의견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부에 의한 아기의 간접흡연 폐해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직관적 표현을 채택했다는 방침을 밝히며 경고 그림을 변경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담배제품 사용률(2012~2021)(=질병관리청이 2022년 11월에 펴낸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집.)

◇134개국에서 '경고 그림' 활용, 뉴질랜드 '담배 근절'…정부 "금연 정책 적극 추진"

경고 그림 제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2001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도입한 뒤 전 세계 134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도입했고 2018년부턴 현재 흡연율(현재 담배를 피우는 분율)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5.8%(2012년)→24.1%(2013년)→24.2%(2014년)→22.6%(2015년)→23.9%(2016년)→22.3%(2017년)→22.4%(2018년)→21.5%(2019년)→20.6%(2020년)→19.3%(2021년)'의 흐름이었다.

다만 질병청은 지난 10월 '담배 폐해 통합보고서'를 통해 "액상,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로 병행 사용 등 흡연행태가 악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2019년 금연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담배 종결전을 선포했으나 흡연율 목표와 달성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뉴질랜드는 2009년 이후 출생자들이 평생 담배를 구입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금연법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등 해외 각국은 갈수록 고강도 규제를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추세를 반영해 우리 정부도 향후 금연 정책과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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