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임승차 예산 제외 기재부, 깊은 유감…요금 인상폭 최소화"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 필요하나 단편적 접근 안돼"
(서울=뉴스1) 윤다정 전준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지원분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기획재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015년 서울시 지하철 요금이 200원 오른 뒤 7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에만 부채를 감당하라고 하기는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게 오 시장의 지적이다.
오 시장은 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기재부 결정에 굉장히 실망이 크다"며 "지방자치단체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부채의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서민 경제가 내년 상반기 어려워진다는 시점에 요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뼈아프다"며 "만에 하나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나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 노인 복지 정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베이비붐 세대(노년층)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논의는 필요하다"면서도 "사회 전체적 공감대 형성 전에 지하철 요금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접근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한편 오 시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재개에 대해 "시민들이 지금까지 인내한 건 (전장연이)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불법을 용인하는 나라는 없다"며 "시장으로서 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이 지난 20일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휴전'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였지만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요구 예산 중 106억원(0.8%)만 반영되자 내년 1월2일부터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 "새 브랜드 '서울포유' 등 4개로 압축…'서울링' 디자인도 확정"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 중인가.
▶지난 8월부터 선호도 조사, 전문가 패널 조사 등을 진행해 수십 개에서 4개로 압축했다. 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한 달여간 서울 시민을 상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최종 선호도 조사를 한다. 국내 비중이 절반, 국외 비중이 절반이다. 슬로건은 외국인에게 소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내국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판단과 선호도 중요하다. 마지막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쳐 2월 초쯤 최종 선정해 발표할 것이다.
(최종 후보 4개는) '서울 포 유'와 '어메이징 서울', '서울, 마이 소울', '메이크 잇 해픈(Make it happen) 서울'이다. 마지막은, 뭐든 원하면 이뤄진다는 뜻으로, 지극히 영어적 표현이다. 외국인들의 선호가 높았다고 한다. 이 넷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레이트선셋 한강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일명 '서울아이' 부지도 결정됐나.
▶1월 중에 구체화된 계획이 타임스케줄까지 발표될 것이다. '서울아이'는 런던아이를 벤치마킹한 대관람차 형태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반지 모양의 '서울 링'에 가깝다. 매끈하고 세련된 형태의 링 구조물로 디자인이 확정됐다. 옛날에 발표된 '천년의 문'을 상상하면 된다. 이름은 기후변화와 환경, 탄소 제로의 의미를 담을 생각이다. 이름은 별도로 짓겠지만 별명은 '서울 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람 저항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밑은 중후하고, 위는 날씬한 모습이 될 것이다.
만들 장소는 5군데를 놓고 고려하다가 접근성, 경제성, 조망할 수 있는 모양, 배후지, 발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군데가 나왔다. 하늘공원 상단과 노들섬이다. 초기에는 당연히 소각장(자원회수시설) 건립 계획을 마포구 차원에서 협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늘공원을 염두에 뒀는데 이제는 두 후보지 비중이 똑같다.
다 장단점은 있다. 하늘공원의 경우 높이가 몇십m 되는데다 그 위에 180m (시설물이) 올라간다.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고 비용도 많이 안 든다. 하늘공원은 기후변화, 환경 등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인 대신 접근성이 떨어져 비용이 더 들어간다. 교통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콘셉트도 들어가게 된다. 접근성은 노들섬이 더 좋다.
◇ "'무임승차 예산' 비포함 기재부에 유감…요금 인상폭 최소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3년 정부 예산안에 지자체 도시철도에 대한 PSO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가는 것인가.
▶기재부 결정에 굉장히 실망이 크고, 정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자체들로서는 도저히 감당 못할 부채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더 이상은 서울교통공사에만 이 부채를 감당하라고 하기는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한 게 사실이다. 다만 서민경제가 내년 상반기 어려워진다는 시점에 요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뼈아프다. 만에 하나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나 판단한다.
-일부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공론화하다 보면 또 시간이 속절없이 많이 흐를 수밖에 없다. 초기에 논의가 모이는 분위기를 봐서 논의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노년층)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사회 전체의 이른바 어르신 정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전체적 공감대 형성 전에 지하철 요금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접근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휴전을 제안하면서 시위가 중단됐는데 다시 재개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재의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듯한 인상을 준다.
▶더 이상 시민들도 용인하지 않는 정도까지 왔다고 판단한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인내한 건 (전장연이)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불법을 용인하는 나라는 없다. 정말 도가 지나치다. 예산 반영이 목표라고 하면서 예산철이 끝났는데도 (시위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한다는 것이다. 시장으로서 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
-정부가 최근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는데 궤를 같이하는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할지.
▶무관한 사안이긴 하지만 노조가 지나치게 기득권 중심의 활동을 하는 데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조 조직률이 14.5% 수준이다. 조직화된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만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는데 결집된 힘으로 지나치게 기득권을 누려 온 게 사실이다. 이제 불법적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건설노조의 폐해가 가장 크다고 저도 생각한다. 노조들의 전횡은 앞으로 하나하나 바로잡혀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TBS 진정한 언론 거듭나길…서사원 바람직한 근로행태 안 보여"
-TBS 이강택 대표가 사의를 밝히고 새 대표이사 공모를 시작했다. TBS에 주어진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자구 노력'을 강조했는데, TBS가 어떻게 변하길 바라는지.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TBS에 대해 그 어떤 시장보다 애정이 깊다. 임직원들이 굉장히 지혜롭게 미래 설계를 하길 바란다. 진정으로 독립된 언론으로서의 위상을 찾아 가길 바라고.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으므로 더욱 본인들이 공정성에 대해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마음으로, 공정성이라는 공영방송의 제1의 정체성을 찾아가길 바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TBS를 '친(親) 오세훈 방송'으로 바꾸려는 시도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한 입으로 두 가지 입장을 다 포괄하는 행동은 안 할 것이다. 독립언론으로서 공정하게 보도하기를 정말 바란다. 요즘 시청자나 청취자들은 (방송을) 서울시 홍보방송같이 하면 안 보고 안 듣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예전에 시장직에 있던 동안에도 제가 먼저 출연한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청취율·시청률을 의식해서 (TBS에서) 나와 달라고 할 때는 있었다. 서울시를 홍보하려는 마음으로 방송을 대하는 순간 홍보가 안 되는 게 아이러니다. 정말 (TBS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통과됐는데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이 100억원가량 삭감됐다. '반값 등록금' 정상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데.
▶그 문제는 시의회가 의지를 가지고 갑작스럽게 삭감했는데, 그 과정이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동의할 수도 없다. 시립대 등록금은 반값이 아니고 거의 4분의 1 수준인데,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다. 그렇다면 충분히 (논의 과정을) 숙성시키고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등록금을 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논의 촉발을 위해 (예산을) 깎아 놓고 시작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학교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서울시가 추경예산을 통해 지원할 생각이다. 다만 시의회의 의도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으므로 그 논의가 이번 기회에 바람직한 형태로 이뤄지길 바란다.
-서울사회서비스원 예산도 100억원 삭감돼 존폐 위기에 놓였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조직이다. 물론 돌봄노동의 가치에 충분히 동의하고 인정하며, 본인들이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인건비가 다른 동일노동에 비해 다소 많이 지출된다 해도 충분히 그걸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다만 그동안 200~300명 정도 되는 돌봄노동 요양보호사들이 바람직한 근로 행태를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14일 이상 병가 사용 비율이 26개 투자출연기관 평균 4.15%인데 서사원은 9.44%로 1등이다.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인건비를 받는 조직의 근로행태가 모범적이어야만 다른 곳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없는 근로행태를 보였으면서 '모범 사례이니 확산돼야 한다'는 데는 국민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회에서 경고를 담아서 경고성 예산 삭감을 했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한 시립대처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바꿀 건 바꾸고 권리 주장을 해야 한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강변하면서 예산 삭감에 동의할 수 없다는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 "마포구 신규 소각장 문제,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추진"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문제가 해를 넘겼다. 28일 주민설명회가 예정돼 있지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데, 어떻게 풀어 나갈 생각인가.
▶제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이미 결정이 난 대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 달리해야 할 이유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차근차근, 뚜벅뚜벅 앞으로 갈 것이다.
-은마아파트 아래로 GTX 노선이 관통하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올바르지 않다. 각도를 옆으로 여기 저기 틀어도 다 아파트인데 우리 아파트 밑은 안 된다는 것은 마포구 소각장 문제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전혀 안전 등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빨리 개통하는 게 오히려 은마아파트 주민을 비롯한 강남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한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협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최근 서울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만 임대하는 '반값아파트'(토지 임대부 주택) 수요층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는데 향후 계획은.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집값 하락기와 상승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뚜벅뚜벅 정해진 속도로 간다. 하락기라 하더라도 집이라는 건 계획을 세워 지으면 몇 년 걸린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주택 소비자들에게 드리겠다는 게 정책의 요체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라고 해서 조금도 위축되거나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
◇ "서울시 미래 예측력 뛰어났더라면…'이태원 참사'에 진한 후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주인공 송중기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30대 초반이니까 군 생활을 막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일 텐데, 이미 법조인으로 운명이 정해져 환경운동연합을 돕던 때다. 돌아간다면 조용히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다. 정치는 한 번이면 족하다.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안심소득이 언론으로부터 올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보람 있다. 예전에는 아주 효율적으로 설명하고 관심 있게 들어도 5~10분의 설명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기대감을 가지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역시 '이태원 참사'다. 서울시가 좀 더 미래 예측력이 뛰어나고 용산구청, 서울경찰청과 긴밀히 소통하는 과정 속에 안전을 깊이 있게 준비했다면 예측할 수도 있지 않았을지 진한 후회가 남는다. 연령대별로 핼러윈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서, 과장 이상에서 국장급들은 이태원에 인파가 몰리는 행사라는 걸 막연히 알긴 했지만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내년은 선거가 없는 해이고 일하기 좋은 시기다. 무엇을 중점 추진할 것인지.
▶서울시정의 제1순위는 역시 약자와의 동행, 그다음은 매력과 경쟁력 향상이 될 것이다.
(대담= 권형진 사회정책부장, 정리= 전준우·윤다정 기자)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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