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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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하장 한통을 우편으로 받았다.
눈사람 문양의 연하 우표가 붙은 봉투를 뜯자 새해 계묘년(癸卯年)의 상징 동물인 토끼가 복주머니에 앉아 있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가 나왔다.
그들은 오며 가며 맺은 소소한 인연에도 연하장을 보내고, 디지털이 지배하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이런 전통에 더해 예전 학창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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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하장 한통을 우편으로 받았다. 눈사람 문양의 연하 우표가 붙은 봉투를 뜯자 새해 계묘년(癸卯年)의 상징 동물인 토끼가 복주머니에 앉아 있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가 나왔다. 그림과 글씨는 모두 인쇄했고, 연말연시에 늘 주고받는 관용적인 인사말이었지만, 연하장을 뜯고 펼치는 느낌이 묘했다. “요즘도 이런 걸 보내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경한 느낌 한편으로 묘한 설렘이 자리했다.
연하장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나라는 일본이다. ‘새해를 삼가 축하한다’는 뜻의 ‘근하신년(謹賀新年)’도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어이다. 그들은 오며 가며 맺은 소소한 인연에도 연하장을 보내고, 디지털이 지배하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우리도 전통적으로 새해를 맞는 예절과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조선시대 세함(歲銜)은 오늘날 연하 인사에 다름 아니다. 정초에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경우 인편으로 명함이나 문안단자(問安單子) 등의 서찰을 보내는 풍속이다. 사대부가에서는 가까운 지인, 친인척들에게 십장생 등이 그려진 세화(歲畵)를 선물하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새해를 자축하는 이모티콘 선물이라 하겠다.
정조 임금은 해마다 신하들에게 세화 그림과 어찰(御札)을 보낸 군왕으로 유명하다. 장수를 축하하는가 하면, 정적의 공격으로 파직 당해 멀리 향촌의 누옥에 거처하던 신하에게도 “그리움이 솟구치니 해가 가도 잊지 않겠다”며 세화 그림과 함께 안부를 묻는 어찰을 보낼 정도로 정조는 편지를 즐겨 썼다. 비밀편지에서 다른 신하들을 향해 ‘호로자식’, ‘한주먹거리’ 등의 욕설이나 비속어를 서슴지 않은 임금이었지만, 새해 문안만큼은 정중하고, 다정다감했다.
이런 전통에 더해 예전 학창시절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진심을 모바일이 집어삼켰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양각색 모바일 연하장이 귀찮을 정도로 휴대폰에 넘친다. 손 편지 쓰고, 부치는 것이 번거롭기는 누구나 매 한가지이니 탓할 일도 아니다. 시류가 그러하니 계묘년 새해 첫날에는 이곳 동해 바다 일출 사진이라도 찍어 진심을 전해야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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