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모임 표방한 계파 활동... 친이·친박계도 결국 소멸했다
대외적으로 공부모임도 결국 계파 조직화
친윤계 '국민공감'에 계파 부활 관측 배경
이념 지향 불분명해 보스와 함께 흥망성쇠
한국 정치사에서 계파정치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다. 보스를 중심으로 같은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똘똘 뭉쳐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으로 활동했고 보스와 계파 구성원들의 집권을 향한 열망을 실현하며 족적을 남겼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영남·호남에 기반한 지역주의를 조장하거나 당내 특정 계파의 목소리만 부각돼 정당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엄존한다.
노무현 정부 이후 계파의 명칭엔 중심이 되는 정치인 이름 앞에 '친(親)'자를 붙여왔다. 국민의힘에선 친이명박(친이)계와 친박근혜(친박)계,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노무현(친노)계와 친문재인(친문)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계파에는 '비(非)'자를 붙인다. 국민의힘의 비윤석열(비윤)계나 민주당의 비이재명(비명)계가 이에 해당한다.
공천권 갖는 당대표 선출 앞서 친윤계 집결
이 중 계파 간 갈등의 최정점으로는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에 앞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혈투가 꼽힌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도 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친이계와 친박계가 당권과 공천권 등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끝없이 치고받았다. 당권을 쥔 측은 계파 이익 관철을 위해 공천권 등을 행사하면서 보수정당의 몰락을 재촉한 주요 원인이 됐다.
최근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공부모임 '국민공감'을 결성한 것과 관련해 계파정치 부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대외적으로 공부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도 공부모임을 계파 외곽조직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국민공감이 본래 취지보다 계파싸움의 진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이 18년째 유지해오던 일반 국민여론조사를 포함한 전대 룰을 친윤계 주도 아래 '당원투표 100%'로 변경한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대중 인지도가 낮은 친윤계 당권주자들에게 유리한 룰로 바꾸는 것 자체가 새 당대표의 과제인 '차기 총선 승리'와 모순되기 때문이다. 친윤계가 민의를 살피기보다 눈앞의 공천권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친이·친박, 공부모임 만들어 계파 활동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발족한 공부모임 '함께 내일로'에는 친이계 의원 40여 명이 참여했고, 나중에는 73명까지 몸집을 불리며 계파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2011년 4·27 재·보선을 앞두고 친이계 좌장이었던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이 '함께 내일로' 만찬에 참석해 선거 지침을 내려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재·보선 패배 이후 주류 책임론이 제기됐고, 친박계가 당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친이계 공부모임의 동력이 상실됐다.
친박계 공부모임으로는 '여의포럼'과 '선진사회연구포럼'이 꼽힌다. 여의포럼은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친박 무소속 연대 회원들이 주도했고, 선진사회연구포럼은 친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대외적으로는 공부모임이었지만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용도로 활용됐다. 이 모임들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도가 10%대로 급락하는 동안 세를 불려 나갔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주이야박(낮엔 친이, 밤엔 친박)'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차기 권력에 가까웠던 친박계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됐다.
다만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 출범 후 당 쇄신을 위해 기득권 집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박계 공부모임은 점차 소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3월 총선에 앞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혀 '진박(진짜 친박)' 등의 표현도 나왔다. 당시 비박계(친이계 중심)를 대표하고 있던 김무성 대표가 진박 공천을 막겠다며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총선에서 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최경환 의원 등이 이끌었던 친박계는 2017년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입지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국에서 정치계파의 관심사는 오로지 권력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집중돼 있어 보스의 소멸과 함께 사라졌다"며 "확실한 이념적 지향을 공유하는 계파 탄생이 어려운 환경인 만큼 계파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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