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못 살리면 '대한민국 소멸'도 못 막는다" 강원대 총장의 호소

홍인택 2022. 12. 2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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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회의 패널 참여한 김헌영 강원대 총장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로 촉발된 지방대 위기"
"지방대학 살아야 기업도 지방 올 수 있다"
"일본 참고해 대학 특성화, 부실대 퇴로도 열어야"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대학이 경쟁력을 회복해야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대 제공

29년.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기계융합공학부 교수로 임용된 후 강원대에서 보낸 시간이다. 그사이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0년만 해도 지역의 고등학교에서는 "강원대에 몇 명을 입학시키느냐"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그러나 경제가 고도화되며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됐고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은 '소멸' 위기를 겪게 됐다. 지난해 강원대에 입학했다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925명으로 신입생 5명 중 1명꼴이었다.

김 총장이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첫 단계는 지방대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런 위기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신설된 지방대학활성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총장에게 지방대의 위기와 그 해법에 관해 물었다. 아래는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강원대에 부임한 지 30년이 다 됐다. 당시 상황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나.

"강원대 출신인 1970년대 학번 교수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범대 영어교육과, 국어교육과는 연세대, 고려대보다도 들어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나도 박사 졸업 후 사립대학, 자동차 회사, 강원대 중 강원대를 택해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30년 전 학과에 내려오는 실험실습비가 1년에 3,000만~4,000만 원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똑같다. 30년 전에는 실험비에 좀 더 보태서 프레스기 같은 장비를 살 수 있었다. 기업체에서도 실험할 일이 있으면 대학에 찾아왔다. 그런데 지금 실험실습비는 그냥 컴퓨터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재정 지원이 완전히 막힌 상황이라서 그렇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구 급감과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4대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한 '대학 설립 준칙주의'로 대학이 많이 생긴 영향도 있다."

-지방대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도권 집중의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직결돼 있다. 과밀화로 비용이 증가하는데 수도권의 청년들이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겠나. 20년 뒤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 소멸 위기를 맞을 거란 인구학자들도 있다. 균형발전을 해야 인구도 늘어난다. 지역의 대학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연구력이 있으면, 기업이 지방으로 와서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고 기술 자문도 받을 수 있다. 서울은 모든 게 비싸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지방이 기업을 유치해도 기업의 인재들이 수도권의 다른 기업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재정 지원을 늘리더라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거라는 시각이 많다.

"대학 구조조정은 함부로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다. 전국에 대학이 380개가 있다는 건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학이 있다는 말이다. 대학이 가진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 지역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강원 삼척의 경우 인구가 6만 명인데, 강원대 삼척캠퍼스의 학생 수가 6,000명이다. 캠퍼스가 사라진다면 삼척에 청년 인구가 남겠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경우 대학 수가 거의 800개인데, 절반은 지방에 있다. 그 대학들의 재학생은 2,000명 정도로, 그만큼 지역에 맞게 특성화돼 있다. 우리도 지역 대학을 특성화해서, 강원대 같은 거점국립대에서 기초 과목, 교양수업, 인문사회 자연과학분야를 공부하고 지방사립대는 지역 산업에 맞게 특성화해야 한다. 지금 진행 중인 지역혁신사업(RIS·지자체, 대학, 지역혁신기관이 협력해 만드는 공유대학) 같은 모델이 확대돼야 한다.

재정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등록금 규제를 풀어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학들은 설립 취지에 맞게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지역의 대학들은 재정 지원을 통해 지방 소멸을 막는 첨병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서울대의 1인당 교육비는 5,000만 원이 넘고, 과기부 산하의 과학기술중점대학은 7,000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이 된다. 강원대는 2,000만 원 수준인데, 재정 지원의 불균형도 심하다.

자생 능력이 없는 지방사립대의 퇴로를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 지금은 사립대가 폐교해도 재산이 전부 국가에 환수된다. 그래서 문을 닫지 않은 채 신입생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중국에서 학생을 대규모로 실어오는 해프닝도 생긴다. 재산을 20~30% 정도는 인정해줘서 학교를 정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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