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5000가구 늘었는데...15년째 일반고 없는 흑석동
동작구 고교 7곳 불과… 흑석동엔 아예 없어
서울 홍제동·홍은동도 일반고는 1곳 불과해
"집 주변에 마땅한 학교 없어 이사까지 고민"
학령인구 감소세 "고교 신설보다 학군 재편" 서울>
중학교 1학년과 3학년인 두 자녀를 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주민 김모(45)씨는 최근 이사를 고민 중이다. 중3 첫째가 내년 일반계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지만 집 주변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서다. 김씨 자녀는 흑석동에 일반고가 없어서 통학에 30분 넘게 걸리는 용산구와 서초구 소재 고교에 지원했다. 김씨는 "입시도 준비해야 하고, 장거리 통학도 부담스럽다"며 "2년 뒤면 둘째도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첫째와 같은 학교를 보낼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 내 고교 7곳...흑석동엔 '0'
주민 유입이 늘고 있는 서울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고교 부족 문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근거리 우선 배정인 초등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서울 전역 지원이 가능한 데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 학교 신설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통학시간 단축을 위해 이사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학군 재편 등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작구가 대표적이다. 2008년 흑석동 일대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직후부터 고교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1997년 흑석동에 있던 중대부고가 강남구 도곡동으로 이전한 후 일반고가 단 한 곳도 없다. 하지만 흑석동 일대 재개발로 2011년부터 2018년 말까지 5,871가구가 유입돼 고교 신설 필요성이 커졌다. 17만 가구가 사는 동작구 내 고교(특수고 포함)는 7곳에 불과하다. 인근 관악구(17곳)나 서초구(11곳)에 비해 훨씬 적다.
반면 재개발로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늦춰지면서 동작구 내 고교 학령 인구는 2024년 7,360명으로 관악구(7,298명)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고교 유치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관악구 내 고교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학교 학부모 반발 등으로 수년째 진척이 없다”며 “학군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교 이전이 무산될 상황에 대비해 동작구는 시교육청과 학교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대문구와 강동구 사정도 비슷하다. 2024년까지 5,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서대문구 홍은동과 홍제동에도 일반고가 부족하다. 홍제동과 홍은동 내 일반고는 명지고가 유일하다. 인왕중, 홍은중, 명지중 등을 졸업한 학생 절반 이상이 다른 구로 진학한다. 2025년 1만2,000가구가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 단지 내에도 학교 부지가 마련됐지만 학교 유치 여부는 미정이다. 주민들은 단지 내 고교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당국에선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 고교를 단지 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담고 서초구 이전..."학군 재편 시급"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고교 신설보다는 학군 재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추산 전체 고교 학령인구는 2020년 22만5,134명에서 내년 21만2,243명으로 1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19만 명대로 감소한다.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지난 8월 시교육청은 일반고 가운데 처음으로 2024년 서울 도봉고 폐교를 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개교하자마자 폐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 신설보다는 기존 학교에서 수용하는 방안을 최대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서초구 잠원동으로 이전을 결정한 청담고 사례가 모범으로 꼽힌다. 1990년 개교한 공립 일반고인 청담고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수가 점점 줄었다. 반면 서초구는 재개발로 고교 수요가 늘면서 3년 전부터 이전이 추진돼왔다. 서울 성동구 덕수고도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3월 송파구 북위례 택지개발지역 내로 분리 이전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구변화에 따라 학교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기 위해선 학군을 재편하고, 학교 적정 규모 기준을 낮춰 작은 학교를 여러 곳에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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