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난장판 된 참사 현장, 급기야 ‘파이팅’ 외친 의원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설치한 합동 분향소가 여야 지지자 간 다툼으로 난장판이 됐다고 한다. 이 분향소에는 유가족이 공개에 동의한 희생자 76명의 영정을 안치했는데,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 보수 단체가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 ‘이재명 구속’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분향소 주변은 ‘윤석열 퇴진’과 ‘윤석열 지지’ 구호가 뒤섞여 날마다 아수라장이 된다는 것이다.
26일에는 분향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파이팅”을 외쳐 논란이 일었다. 서 최고위원은 “누군가 유족과 분향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길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고, 우리가 힘내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분향소에서 파이팅을 외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그러잖아도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고가 터지자마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은 모두 반대하는데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다. 그 사이 민변과 참여연대 등 민주당과 가까운 단체들은 시민대책회의를 구성했다. 광우병, 세월호 집회를 주도했던 이들이 다시 모였다. 유가족을 설득해 유가족협의회를 만들고 주말마다 촛불 집회를 열었다. 그렇게 합동 분향소를 차리자 이번엔 민주당과 유족을 비난하는 친여 단체와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이 중 일부는 지난 성탄절 때 분향소를 철거하라며 경쾌한 곡조의 캐럴을 틀었다고 한다. 분향소가 정치 싸움판, 국론 분열의 장으로 변질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인근 주민과 상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양측 모두 자제해야 한다. 이유가 어찌됐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향소 옆에서 고성을 지르고 음악을 트는 일은 잘못됐다. 거기 맞선다고 자기 지지층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한 것도 부적절하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당 지도부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지지자끼리 싸우더라도 앞장서서 말려야 했다.
여야 정치권이 진정으로 희생자를 애도한다면 불행한 참사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의원들부터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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