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現에 사진 1만점 기증… 건축 아름다움 함께 즐겨요”
“제 사진은 한 건축가의 역사이기도 하고, 넓게 보면 한국 건축계의 기록이기도 해요. 사진을 모두 기증해서 ‘아깝다’는 마음보다는, 제 작업물이 사회의 기록이 되어 한국 건축의 어떤 시기를 기억할 수 있다는 보람이 더 큽니다.”
회화나 공예 작품과는 달리, 건축물은 그 규모 때문에 주로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사진가는 건축가의 의도와 공간의 의미를 사각 프레임에 담아냄으로써 건축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한국에 있는 유명 건축물들의 사진을 보다 보면, 한 번쯤은 사진가 김용관(53)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1990년 건축 잡지 ‘건축과 환경’에 입사한 뒤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건축 전문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한 사진작가다. 1999년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사진가상을 받은 그가 이번 달 자신이 남겨온 건축 사진 필름 1만 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현업 건축 사진가로서는 처음이다.
필름 아카이브엔 그가 회사를 나와 독립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4년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6년 이전까지 건축물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이타미 준의 ‘제주 프로젝트’와 미국 건축그룹 K.P.F의 ‘로댕 갤러리’, 그리고 장세양과 승효상의 작품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물이 그의 손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신진 건축가들의 등장과 성장도 기록되어 있다. “1990년대 중후반은 해외에서 건축을 배워 온 건축가들이 늘어나며 건축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때였죠.” 파주 헤이리 마을의 건축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김종규∙김준성 건축가와, 제주시 ‘카카오’ 본사 설계자이자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조민석의 초기 작품들도 그의 필름에 담겨 있다.
미술관 측으로부터 기증 제안을 받은 것은 올여름. “‘이제 건축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미술관에 진입해야 할 시기’라는 정다영 건축 큐레이터의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주변으로부터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사진은 제 저작물이기도 하지만 건축가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디자인을 기록하는 것이니, 저만의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어렵죠. 30년 이상 건축 사진을 찍으며 누구보다도 사진가의 권리를 강하게 이야기했지만, 공익을 위해서라면 왜 못 도와주겠느냐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그는 한국의 좋은 건축물을 알리기 위해 2009년 건축 전문 출판사 ‘아키라이프’를 설립했고, 2014년엔 건축물의 탄생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건축 잡지 ‘다큐멘텀’을 창간하기도 했다.
그의 사진엔 ‘건물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비평이 따른다. “저는 처음 건물을 마주할 땐 될 수 있으면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요. 건물을 멋스럽게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주∙건축가∙이용자 각각의 시각에서 동선과 쓰임새를 생각해보고, 두 번째 방문부터 건물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가죠.” 그는 자신을 건물에 담긴 이야기를 포착하는 ‘건축 전달자’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분류 과정을 거쳐 향후 개최될 건축 전시에서 사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람들이 건축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근데 ‘김용관이 찍은 사진이야?’라고 하면 더 뿌듯하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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