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지역 소주회사’를 응원한다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2022. 12.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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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8일 대전·충남 지역 향토기업인 ㈜선양주조가 대구 지역 정보기술(IT)업체에 매각됐다는 내용을 본보가 보도했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영남과 호남 지역 자도주(自道酒·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85∼95%인 데 반해 충청권은 45% 안팎에 불과하다는 기사도 썼다.

대전 지역 한 최고경영자는 지역 소주 회사의 이런 어려움을 '지역 소멸의 전조'로까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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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2004년 12월 28일 대전·충남 지역 향토기업인 ㈜선양주조가 대구 지역 정보기술(IT)업체에 매각됐다는 내용을 본보가 보도했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영남과 호남 지역 자도주(自道酒·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85∼95%인 데 반해 충청권은 45% 안팎에 불과하다는 기사도 썼다. 향토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꼭 1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선양주조를 인수한 ㈜맥키스컴퍼니사의 자도주 지역 시장점유율은 38%대다. 1996년 자도주의 지역 점유율 50%를 보장한 주세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경쟁 원리에 어긋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면서다. 소주를 생산하는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 대대적인 물량과 광고 공세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 소주 업체는 위기를 맞게 됐다.

그나마 대전·충청을 기반으로 한 소주 회사는 계족산 황톳길 조성, 찾아가는 음악회, 소주병 라벨에 지역 축제 및 관광지 표기, 다양한 사회공헌사업 등으로 영호남 지역 업체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에 대항하기에는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전 지역 한 최고경영자는 지역 소주 회사의 이런 어려움을 ‘지역 소멸의 전조’로까지 해석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향토기업이 만든 소주 맛에도 차이가 나는 걸까. 주류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소주 맛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소주 종류를 선택할 때 막연한 선호도나 광고 및 물량 공세 등에 의해 선택되는 경향이 높다는 얘기다.

맥키스컴퍼니사는 2019년부터 소주 1병이 팔릴 때마다 5원을 적립해 지역에 기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소비 운동이다. 10년간 40억 원을 목표로 한 캠페인은 첫해 3억798만 원을 기록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2년 차에는 2억1399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아직도 40억 원이라는 목표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민들이 즐기는 소주 시장에서조차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 안타깝다”는 한 지역 인사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산 지역 대학생들이 부산 지역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와 손잡고 신제품 및 제품 디자인과 소셜미디어 홍보 강화, 현장 판촉 성과 증진 등을 위해 벌이는 프로슈머(producer+consumer·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소비자) 운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방 소주회사들도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doyoce@donga.com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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