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0] 과학과 문학 속의 루돌프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노래 가사와 달리 루돌프는 사슴이 아니다. 루돌프는 순록이고, 순록과 사슴은 모두 사슴과(科)지만 다른 속(屬)에 속한다. 사슴은 수컷만 뿔이 있고 길들여지지 않지만, 암수 모두 뿔이 있는 순록은 인간에게 길들여져서 썰매를 끌 수 있다.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귀염둥이 ‘스벤’도 순록이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미국 작가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가 1823년에 쓴 시 ‘크리스마스 전날 밤(성 니콜라스 방문)’이다. 이 시에 작은 순록 8마리가 성 니콜라스의 썰매를 끌고 날아가는 구절이 등장한다. 북유럽의 사미족에는 순록에게 환각제가 포함된 버섯을 먹여서 하늘을 날게 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무어는 이 얘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순록은 포유류지만, 하늘을 날아야 하는 산타클로스의 압력을 계속 받는다면 날개가 생기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공룡의 앞발이 익룡의 날개가 되었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진화학자들은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진화한 포유류의 앞발이 박쥐의 날개 비슷하게 진화할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본다. 앞발이 날개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단계들 각각이 모두 생존에 유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발 대신 날개가 달린다고 포유류의 생존에 유리한 것이 아니기에, 하늘을 나는 순록은 진화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상의 세계에서 과학의 세계로 눈을 돌리면 다른 흥미로운 가능성이 발견된다. 매우 춥고 백야처럼 밤낮이 비정상적인 북극 지역에서 진화한 순록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동물이나 인간에게는 밤과 낮을 구별하는 생체시계가 있고, 이 생체시계는 PER, MIT 같은 유전자에 의해서 관장되는데 (2017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생체시계 원리를 규명한 세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순록에게는 이런 생체시계의 유전자 작동을 무효화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장거리 비행에 수반되는 시차에 의한 피로(jet-lag)를 극복할 방법의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순록이 사람에게 진짜 선물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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