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잠든 바위 거인이 눈떴다 외
넷플릭스 트롤의 습격
한창 발굴 작업 중이던 고생물학자 ‘노라’에게 노르웨이 총리 관저에서 보낸 군인들이 찾아온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 건설에 반대하던 환경운동가들을 덮친 의문의 재난을 조사해달라는 요청. 혼란스러운 현장 화면 속, 거대한 무언가가 찍혔다. 노라는 이 거대 존재가 노르웨이 민담 속 바위 거인 트롤이라 확신하고, 트롤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품고 은둔하던 아버지와 함께 이 거인을 뒤쫓는다.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트롤이 그의 발길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수도 오슬로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킹콩과 고질라가 힘을 합쳐 싸우거나 유전자 조작 거대 공룡이 사람을 덥석 집어삼키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괴수는 배척하고 제거해야 할 위협이다. 하지만 이 노르웨이 영화의 트롤은 두렵지만 동시에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점에서 노르웨이의 자연을 닮았다. 도입부에서 거대한 산맥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순간 바위 속에 잠들어 있던 트롤들이 잠시 스치듯 모습을 드러낸다. 트롤은 인간이 파헤치고 부숴온 자연의 다른 얼굴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트롤은 알량한 지식 밖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인간의 문명을 비웃듯 오슬로의 왕궁 지하에 묻혀 있는 비극적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할리우드의 샛별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주연한 ‘툼 레이더’(2018)를 만들었던 로아 우타우 감독이 슴슴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이야기로 빚어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나오기 전까지 12월 초 9일 동안 넷플릭스 영화 세계 1위를 지켰다.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자수성가한 여든 살 사업가가 지상 최대의 걸작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 판권을 사들이는 건 물론, 칸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페넬로페 크루스)과 톱스타 배우(안토니오 반데라스)까지 영입한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시종 좌충우돌하면서 난항을 거듭한다. 스페인·아르헨티나 합작 영화인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화려한 캐스팅이 빚어내는 실내악적 앙상블이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다. 서로 상처를 주면서 위선과 속물성을 폭로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빼어난 영화의 조건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는다.
클래식 송년 음악회
31일은 한 해의 마지막 공연이 열리는 날.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클래식과 댄스의 만남을 주제로 이색 송년 음악회를 연다. 방송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댄서 립제이<사진>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협연하는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춤을 추고, 탭댄서 오민수는 거슈윈의 ‘아이 갓 리듬’에 화려한 탭댄스를 선보인다. 오후 10시 예술의전당에서는 소프라노 황수미·베이스 박종민이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들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다.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충청도 어느 소도시, 허름한 영화관의 폐관을 앞두고 극장주와 초대 주인, 극장주의 아들 등 3대가 오랜만에 모인다.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예보. 정전이 되고 비가 새는 가운데 그동안 숨기고 있던 말들이 튀어나오고 상처를 들춘다. 아수라장이 되지만 이튿날에는 무지개가 뜬다. 2020년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44년 된 영화관이 마침표를 찍는 날, 폐관 파티를 활용하는 엔딩이 그윽하다. 신구·김재건·손병호·박윤희·성노진 등이 출연한다. 정의신 작, 구태환 연출로 2월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는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에 돌아온 커리어우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케이트는 그녀를 리즈로, 루카스는 그녀를 베스로 부른다. 이 뮤지컬은 엘리자베스의 운명적인 두 갈래 길을 따라가는 여정. 베스의 세상과 리즈의 세상이 무대에 각각 펼쳐진다. 토니상을 받은 ‘넥스트 투 노멀’의 작가·작곡가가 만들어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선택 앞에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정선아·박혜나·유리아가 엘리자베스, 에녹·송원근·조형균이 루카스를 나눠 맡는다. 2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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