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번 ‘아바타2’… 환상적 CG 뒤엔 두 명의 한국인 있었다
영화가 아니라 체험이라는 평을 받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크리스마스까지 558만명을 모았다. 600만 고지가 코앞이다. 전편 ‘아바타’(2009)보다 사흘쯤 빠른 흥행 속도. 글로벌 매표 수입은 개봉 후 열흘 만에 8억 8138만달러(1조1254억원)를 올렸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에일리언’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든 이야기꾼이자 SF의 거장. 상상을 영화로 실현하는 기술적 몽상가다. 가상의 행성 판도라에서 펼쳐지는 ‘아바타2′의 초대형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는 한국 전문가들이 깊숙이 관여했다. 이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최종진 CG 수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페이셜 아티스트를 2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영화 ‘반지의 제왕’ ‘킹콩’ 등으로 영상 혁명을 이뤄낸 뉴질랜드 VFX(시각특수효과) 제작사 ‘웨타’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과 예산 제약 없이 비주얼에만 집중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말했다.
최종진(최)=CG 수퍼바이저라는 CG 작업의 모든 과정을 점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리다. 쉽게 말해 CG 품질 총책임자다. 미국 뉴욕에서 3D 아티스트로 광고 작업을 하다 2010년 웨타에 입사한 뒤 ‘혹성탈출’ ‘어벤져스’ ‘아이언맨3′ 등에 참여했다. CG로 만든 가상의 조명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는 라이팅 디렉터를 거쳤다.
황정록(황)=페이셜 아티스트는 가상 캐릭터의 얼굴과 눈빛, 표정 변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아바타2′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키리, 토노와리의 얼굴 작업을 전담했다. 인간의 눈은 예민해서 조금만 어색해도 몰입감이 깨진다. 2016년 웨타에 들어왔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레버넌트’ 등을 작업했다.
최=영화에는 멋진 ‘히어로(hero) 샷’과 연결이 목적인 ‘필러(filler) 샷’이 있는데 ‘아바타2′는 거의 모두 히어로 샷일 만큼 정성을 들였다. CG 전문가 2000명이 열의를 가지고 작업했다는 게 이 영화의 차별점이라고 자부한다.
황=’아바타2′는 관객뿐 아니라 우리도 고대한 프로젝트였다. 2019년부터 약 3년간 작업했는데 코로나로 개봉이 미뤄졌지만 CG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최=캐머런 감독은 타협이 없는 완벽주의자였다. ‘아바타2′는 100% CG 샷이 많은데,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지시는 꼼꼼했다. 디테일 못지않게 자연스러운 서사에 비중을 뒀다. 그 흐름에 방해가 되면 편집 단계에서 몇 백 샷을 버렸다.
황=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인데 눈은 인간보다 크고 코 부위는 동굴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를 낼 땐 코와 미간의 형태 변화를 CG로 구현해야 한다. 캐머런 감독이 “호랑이가 분노할 때의 표정을 참고하라” 했는데 그런 방향 제시에 놀랐다.
최=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수중 퍼포먼스 캡처다. 그동안 물속 장면을 촬영할 땐 배우들은 허공에서 연기하고 나중에 물속처럼 꾸몄지만 ‘아바타2′는 감독이 수중 카메라를 발명해 물속 퍼포먼스를 직접 캡처했다. CG로 표현한 물은 ‘아바타’가 수영장이라면 ‘아바타2′는 바다 규모다. 데이터 양으로 견주면 전편의 20배를 사용했다. 빛이 물을 통과하거나 반사될 때 생기는 무늬, 사물에 맺히는 현상 등을 기술적으로 다 반영할 수 있다. 사실적 재현은 100%에 가깝다. 이제 아름다운 영상미를 만드는 게 숙제다.
황=눈을 50% 감는 장면이라면 전편에서는 눈꺼풀을 수작업으로 다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툴이 발명돼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아낀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다.
CG 수요가 증가하면서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한국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경력을 잘 쌓으면 구태여 미국에 가지 않고 원격으로도 여러 CG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아바타2′의 CG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묻자 최종진 수퍼바이저는 고래 툴쿤과 교감하는 수중 장면을,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마지막 액션에서 주인공들의 표정을 꼽았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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