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자료 발표전 미리 열람… 文정부서 4배 이상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매년 통계청으로부터 수백 건의 공표(公表)되지 않은 통계 자료를 사전에 제공받은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사전 제공 통계 자료 건수는 이전 정부보다 최대 4배가 넘었다. 통계법은 이른바 ‘통계 마사지’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 자료 제공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사전 통계 자료를 요구하며 이 같은 통계법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경제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국가 통계에 손댔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이 통계청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정부기관에 사전 제공된 통계 자료는 153건이었다. 이랬던 것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7년에는 336건으로 늘었다. 사전 제공 통계 자료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점은 2018년부터다. 이해에 문재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인 황수경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황 전 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청와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 직후 부임된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강 전 청장이 부임한 2018년 사전 통계 제공 건수는 514건으로 전임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사전 제공 통계 자료는 2019년 720건, 2020년 615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가 2021년 640건으로 나타났다. 근무일 기준으로 지난해 통계청이 매일 2.5건의 사전 통계 자료를 정부기관에 제공한 셈이다.
통계법 27조는 공표하기 이전의 통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부기관 등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 다른 정부기관이 외압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하면 정부기관이 공표 전 통계 자료를 먼저 받아보고 유리하게 해석하는 ‘마사지’ 또한 예방할 수 있다. 다만 ‘관계 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 등에는 사전 통계 자료 요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전 통계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열람이 가능한 길은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같은 법 취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중앙 부처, 민주당 출신이 장(長)을 맡고 있는 광역 시도까지 사전 통계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챙겨 갔다.
이를 주도한 것은 청와대였다. 문재인 청와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전체 사전 통계 자료의 19.6%(66건)를 제공받았다. 그런데 초대 통계청장이 경질된 2018년에는 청와대에 제공된 사전 통계 자료 비율이 32.2%(166건)로 늘었다. 강신욱 전 청장이 재임하던 2019년에는 청와대에 제공한 사전 통계가 228건으로 전체의 31.6%에 달했다.
통계 자료를 사전에 받아본 정부기관 종류도 늘어났다. 그 전까지는 주로 경제 분야 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사전 통계를 요구했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거의 모든 기관이 사전 통계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성 특별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같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통계청의 사전 통계를 받아 갔다.
국민의힘은 통계 조작 의혹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면서 “소주성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위해 숫자까지 조작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류성걸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어떤 통계청장이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고 했는데 통계에는 좋은 것, 나쁜 것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가 소득·고용·주택 통계 조사 방식을 바꿨다는 의혹과 관련해 “통계 조작이 의심되는 (조사 방식) 개편은 2018년 강신욱 전 청장 취임 후 130억원을 들인 ‘2차 개편’”이라고 밝혔다. 야당 등은 경질된 전임 황수경 전 청장 시절 조사 방식이 개편됐다며 통계 조작 의혹은 허구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유 의원은 “2017년 말 황수경 청장 시절의 ‘1차 개편’에선 저소득층·고소득층의 표본 비율을 각각 1.5%포인트, 2.1%포인트 늘렸지만, 2차 개편에선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표본 비율만 7.05%포인트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2차 개편에서 저소득층 표본을 크게 줄인 것이 통계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모집단이 2015년 인구 총조사로 같은 상황에서 표본 비율이 차이 나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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