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제도와 연계 포함, 갈길 먼 IB(국제바칼로레아)교육 활성화

부산, 새해부터 초중 7곳 시범 운영…평가 신뢰성·전문가 부족 해결해야

부산시교육청이 국제인증 교육프로그램 IB(국제바칼로레아)를 내년부터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에 시범 도입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프로젝트형·토론형으로 진행되고 평가는 논술형·절대평가 체제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국제학교 위주로 IB가 운영되다 2019년부터 대구·제주교육청을 중심으로 일부 공립학교에 도입됐다.

IB는 국제적으로 수십 년간 운영돼 우수한 교육과정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식전달 위주 교육에 암기한 지식을 평가하는 국내 공교육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구·제주교육청이 도입하기 전까지는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 국제학교에서만 운영됐으나 공교육에서 이를 배울 수 있으니 기대가 크다. 교육부도 IB를 공교육에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IB교육은 공교육을 활성화 할 좋은 대안으로 확신이 들면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 의도와 달리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부가 공교육의 문제점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IB가 현행 대입제도와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교육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수능시험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등학교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반면 IB는 논술형·절대평가 위주로 방향성이 다르다. IB가 대입 제도와 연계하지 않으면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능 시기와 IB 수료 시험 시기가 겹쳐 IB 수강생들은 수능 응시가 어렵다. 현 정시 전형이 확대되거나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하는 전형이 증가하면 IB 학생들의 대입 지원 통로가 좁아진다. 국내 대입전형을 손보지 않은 채 도입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 된다. IB 수료시험을 잘 치기 위한 사교육 시장의 확장도 우려된다. 벌써 일부 학원에서는 IB교육에 적응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전문적 지도가 필수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대입제도를 크게 개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IB는 시범도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절대평가 체제인 IB를 도입할 경우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과제다.

전문 교원이 부족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IB 공식 전문가집단인 ‘IBEN(아이벤)’은 IB학교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교사에게 자격을 주는 데 한국에는 27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원 인사가 순환 근무가 기본인데다 교원은 행정 업무를 병행해야 해 IB 전문가를 양성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IB인증을 위해 각 학교가 납부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예산 부담이 크고 공교육을 외주화한다는 말도 나온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IB 도입에 따른 대입 제도 개편, 교원 양성 등 제반 과제를 먼저 해결한 뒤 전면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