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었길래… 논현동 랜드마크 된 건물의 비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지하철 7호선 학동역 10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걷자, 베이지색 벽돌과 유리로 마감한 지상 4층짜리 ‘스케이프 7723′ 건물이 보였다. 외관은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출입구는 붉은 대리석으로 포인트를 가미해 들어갈 때 마치 ‘레드카펫’을 밟는 느낌이 든다.
이 건물 건축주는 국내 최고 실전형 건축 강의인 ‘땅집고 건축주대학’ 세무 강사 출신이며 설계 역시 건축주대학 대표 강사인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이 맡았다. 건축주대학 스타 강사 두 명이 만나 탄생한 건물인 셈이다.
올 6월 완공했는데 세련된 디자인과 외관 덕분에 논현동 일대 랜드마크 빌딩이 됐다. 미술 갤러리가 준공과 동시에 건물 전체를 보증금 6억원, 월세 4000만원에 통임대했다. 홍 소장은 “건축주가 건축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높고 대지 특성도 잘 파악하고 있어 건축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했다”며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건축가의 설계 디테일이 잘 맞아떨어져 건물 상품성과 경쟁력을 높인 성공적인 건축 사례”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내년 2월 7일 개강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수익형 빌딩 기획과 건축설계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한다.
◇”사옥으로 쓰고 싶은 건물 만들어달라”
건축주는 홍 소장에게 “단순 임대용이 아닌 기업이 사옥용으로 쓰고 싶어할만큼 수준 높은 건물로 설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논현동 일대에서 연면적 300평대 사옥용 꼬마빌딩을 찾는 IT(정보기술) 기업이나 갤러리 등이 적지 않은 점을 겨냥한 것이다. 마침 대지 2개 면이 도로와 접해 건물을 지으면 눈에 잘 띄고, 학동역도 가까워 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입지였다.
다만, 토지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50%에 불과해 층수를 높이기는 힘들었다. 홍 소장은 건물은 높지 않아도 곳곳에 건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반영했다. 우선 1층 높이를 대지에서 1.5m 정도 띄워 지하 1층 공간을 지상으로 노출했다. 통상 수익형 건물에서 지하층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임대료도 싸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 1층 일부를 지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쓴 것. 지하 1층 노출 공간은 유리로 마감해 외부에서 잘 보이도록 했고, 도로에서 지하로 곧장 내려가는 계단도 만들었다. 홍 소장은 “사실상 1층이 2개가 된 셈이어서 수익성도 높아지고 임차인도 좋아한다”고 했다.
주변 건물이 낮아 탁 트인 옥상은 입주자들이 파티를 열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공용공간으로 꾸몄다. 엘리베이터도 옥상까지 운행한다.
◇모든 층에 테라스…보이드기법도 적용
스케이프 7723은 건축법상 제약을 수용하면서 건물 경쟁력을 높인 설계 포인트가 많다. 모든 층에 테라스를 만들었다. 이 건물은 일조사선제한을 받아 북쪽을 사선 계단식으로 지어야 했다. 홍 소장은 각 층이 물러난 공간에 외부 테라스를 배치했다. 이렇게 테라스를 설치하면 시각적으로 내부 공간이 더 넓어보이는 효과가 난다. 예를 들어 지상 2층은 전용면적이 95.46㎡(28.8평)인데, 테라스가 40.85㎡(12.3평)이나 돼 입주자가 체감하는 실사용 공간은 훨씬 넓다.
지하 1·2층에는 ‘보이드 설계’를 적용해 복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이드는 건축물 내 빈 여백과 같은 공간으로 이 건물에선 층과 층 사이를 관통하는 수직 공간을 만들었다. 임차인이 원하면 이 공간에 계단을 추가해 하나의 공간으로 쓸 수도 있다.
베이지색 벽돌로 마감한 건물 2층과 4층 외벽 일부에는 벽돌담에 구멍을 내어 쌓는 기법(다공쌓기)도 적용했다. 디자인적으로 세련된 느낌이 있고 빛을 적당하게 들이면서도 외부 시선은 차단할 수 있다. 홍 소장은 “건축주가 ‘알아서 잘 설계해 달라’고 하지 않고, 명확한 목표와 강조점을 제시해 건축가로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수준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했다.
현재 ‘스케이프 7723′은 16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전속 중개를 담당하고 있는 BTG부동산중개법인 측은 “강남에서는 보기 드문 역세권 신축 꼬마빌딩이고, 디자인 수준과 수익률(연 3%)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투자자 관심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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