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불혹(不惑)의 세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0대가 화두다.
현대차그룹 신규 임원 10명 중 3명이 40대다.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에선 40대 부사장 17명이 배출됐다.
롯데그룹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도 46%에 달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대가 화두다.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한 주요 대기업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중심에 40대가 섰다. 현대차그룹 신규 임원 10명 중 3명이 40대다.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에선 40대 부사장 17명이 배출됐다. 롯데그룹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도 46%에 달한다. 1978년생 이후 40대 초반 인재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또 다른 면에서 40대 등장이 이목을 끈다. 경제 한파가 덮치면서 기업들은 희망퇴직 대상자 범위를 대폭 넓혔다. 통상 50세 이상이던 대상자를 40세까지 낮췄다. 연령 하향은 금융 유통 해운사 등 업종·규모와 무관하게 전방위로 적용된다.
양극단에서 벌어지는 다른 풍경은 ‘40대의 양면성’과 무관치 않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40대의 생물학적 특징이다. 이른바 생애전환기다. 국가는 40세부터 암 등 중병 예방을 위한 추가 검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혈기왕성한 시기를 지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년 세대가 갖지 못한 경험과 내력을 쌓은 것도 이들이다. ‘좌충우돌’ MZ와 ‘꼰대’ 586세대, 중간에서 조율을 하고 균형을 잡는 세대다.
특히 이번 생의 40대는 특별하다. 인생 전환기마다 국가적, 세계적 환란이 삶을 덮쳤다. 그것도 여러 차례. 그런 천재지변을 ‘존버(엄청 힘든 과정을 거치는 중이거나 참는 상황)’한 세대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무렵, 전무후무한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텼다. 그런데 시작에 불과했다.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을 즈음, 전 세계가 휘청이는 날벼락을 또 한번 겪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경제 위기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파장을 직접 경험했다. 정치적 격변기도 40대가 지나온 터널이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것을 목도했다.
온 가족 건강에 노심초사하는 것도 40대의 몫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바이러스 공습이 현실이 됐다. 부모의 마음으로 다함께 트라우마도 겪었다. 8년 전 자식 같은 수백 명 아이들 희생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좌절했다. 한 달여 전 새벽에는 무너진 100여 명 청춘에 절망했다.
100세 시대다. 살아온 날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40대의 앞날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전대미문의 격동기를 견딘 힘이 있다. 그렇게 쌓은 내공은 40대의 자산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심지를 갖췄다. 그래서 공자가 말하지 않았나. ‘불혹(不惑)’이라고.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