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4대강 사업이 준공된 2014년부터 낙동강 사업 구간 전역에서 녹조(남세균)가 발생했다. 올해는 약 200일 동안 녹조경보가 발령되었고, 지난 7월 26일 강정고령보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 유해 남세균 세포가 102만 셀/㎤ 검출되었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cm인 부피에 102만 개 남세균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여름철에는 보가 있는 낙동강 전역에서 10만 개 이상의 남세균이 통상적으로 검출되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대구 경남 부산지역 가정집과 음식점 일부 수돗물에 남세균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이고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는 보도설명자료(2022년 7월 29일)에서 ‘녹조가 발생해도 안전한 수돗물,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고 해명했다. 녹조 범벅인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처리하면 먹는 물 수질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도정수처리 한다는 것은 낙동강 물이 더럽기 때문에 그만큼 화학약품을 많이 투여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등과 같은 새로운 발암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낙동강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즉 녹조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4대강 사업 전 낙동강 수질은 1∼3급수를 유지하다가, 4대강 사업 후 1∼6급수(여름철)로 악화되었다. 하류 지역인 부산·경남은 더 심각하다. 수질이 4급수 이하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환경부 지침이다. 환경부는 생활용수 수질기준을 바꾸든지 아니면 특단의 조치로 낙동강을 깨끗하게 해야 할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녹조 물로 재배한 농작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환경운동연합 등은 쌀 무 배추 상치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낙동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도 독성물질이 농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구나 녹조 범벅이 된 낙동강변에서 약 1.7km까지 남세균이 에어로졸(대기 중 미세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 다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수돗물의 독성물질을 둘러싼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소모적인 공방이 계속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부산·경남 주민 식수원을 위협하는 낙동강 녹조와 관련해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의 답변은 정수과정에서 남세균 독성물질이 제거되어 수돗물은 마시기에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해 왔던 기존 환경부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이, 환경부는 수돗물 안전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고, 환경단체는 농산물, 공기 중 에어로졸, 낙동강 녹조까지 포함하는 합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낙동강 남세균 발생 원인과 해소 방안, 남세균의 위해성 분석과 저감방안 등을 포함한 포괄적 공동조사를 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환경부는 ‘엄마의 강’인 낙동강에 기대어 사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녹조는 수온이 높아지고 영양물질(총인)이 유입되고 물이 정체되면 발생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녹조 발생은 극히 제한된다. 낙동강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고, 낙동강으로 영양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고여 있는 낙동강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대책으로 귀결된다. 2021년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에서 보의 수문을 개방한 결과 녹조의 약 95% 이상이 저감되었다. 보의 수문을 열면 되는데, 우리 사회는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우글거리는 낙동강 물을 정수하면 먹을 수는 있다. 독성물질이 농축된 쌀·배추·무를 먹더라도, 남세균이 떠다니는 공기를 마셔도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물을, 그런 농산물을, 그런 공기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먹인다는 것은 책임 있는 어른들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