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으로 도약할 동남권 기업을 응원합니다
연말 나라 살림을 들여다보면 우울하기만 하다. 무역적자로 빨간불이 켜졌고 누구 한 명 내년 경제를 낙관하지 못하는 위기 국면임에 틀림없다. 각자도생이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다.
늘 그렇듯 보수적인 경제기관들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하반기로 가면서 회복하는 상저하고의 그림을 예측한다는 점이다. 지나서 보면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7년 IMF와 2008년 외환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위기 등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극복한 전례가 있다. 2021년 우리 수출이 유난히 돋보였던 원인도 다른 나라들이 셧다운 상태일 때 수출했기 때문이며 같은 해 해외투자유치액도 29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었다.
2022년 한국 수출은 연말까지 6900억 달러에 육박해 세계 6위로 한 단계 올라설 전망이다. 올해 주목할 점은 작년의 역대급 수출증가율을 뛰어넘는 연이은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유치 호조에도 무역적자를 낸 원인은 수입가격이 너무도 올랐기 때문이다. 8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달러가 국제 원자재와 원유 가격 상승분에 더해지다 보니 적자는 불가피했다. 한편 우리 무역 4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도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기인한 결과이므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다. 이런 어려운 변수를 이겨내고 올해 수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이 돋보였다고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장대형 장치산업, 즉 제조업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매우 드문 성공사례이다. 물론 한반도의 지정학적 또는 국제정치환경적 요인들도 있지만 한국인의 집념과 노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조역량에서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독일과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 가성비를 고려하면 한국산 부품과 중간재는 품질과 가격에서 세계 1등의 반열에 올라 있다. 중동으로 수출한 원전의 예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원전의 설계 엔지니어링 플랜트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일괄 턴키방식으로 제안하고 시행할 능력을 가진 유능한 공급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의 제조업과 수출경쟁력 미래는 밝다. 부울경이 위치한 동남권은 1186억 달러(비중 20.5%)로 전국 제1위 수출경제권이다. 올해 수출도 동남권이 작년보다 13%가 성장하면서 전국 수출을 리드하고 있다. 부울경에는 전통 제조기업이 많고 오랜 기간 한 우물을 판 결과 제조노하우가 빅데이터로 축적되어 있다. 해외고정거래선이 꾸준히 오더를 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조업은 우리 경제 근간이므로 부울경은 기립근에 해당한다 고 볼 수 있겠다. 슈퍼스타 박지성 선수는 미드필더였다. 전쟁이 나면 작전참모가 야전과 본국을 교신하면서 중간에서 모든 작전을 수립한다. 그만큼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 부울경의 포지션이 바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드필더이고 작전참모에 해당한다.
동남권 제조업은 이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산업전환 시대에 다시금 꽃 피울 분야이다. 부산만 보더라도 약 6500개 제조기업들의 60%가 산업재 내구재 중간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투자나 디지털 전환과 같이 ESG를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IRA나 유럽의 탄소국경세로 포장된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이 모두 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할 수는 없고 중소중견기업들은 생산요소 인력 공급망 등이 이미 갖추어진 한국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매년 12월 기획재정부는 다음 연도 경제정책 밑그림을 발표하는데 2023년도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라고 한다. 아마도 제조와 수출에 관해서는 에너지 의존형 생산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바꾸는 산업전환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가 청신호가 되겠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기업 쪽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와 혁신에 뛰어들 때이다. 계묘년 다시 한번 도약할 동남권 제조업과 수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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