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정치개혁의 시간
다음 총선까지 1년4개월 정도 남았다. 아직 햇수로는 두 해 이상 남았기에 많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선거법을 고려해보면 그리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2019년 4월30일 새벽,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렸다. 그리고 8개월 뒤 본회의에서 이 법은 통과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동률 50%’라는 캡을 씌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었으며, 원내 1당과 2당은 ‘위성정당’이라는 것을 만들어 선거법 개정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았다.
다행히도 3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듯하다. 지난 10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명수·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참여했다. 이 개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127명을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하고, 지역구 의원 수만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도 현행 소선거구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음을 한층 높인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9월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여야 청년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월 후보 시절 2차 TV토론에서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정치하기 전부터 선호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 타파’ ‘새정치 실현’, 선거 때마다 내놓은 구호들이다. 그런데 변한 것이 없다. 과거 제3당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인 인물 중심의 계파 정치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 선거를 몇 달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이삭줍기’ 하거나 대권주자급 인물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여 만들어진 제3당은 4년을 온전히 버티지 못했다. 다시 말해 정치 이념이나 정책 이슈보다는 특정 인물에 기대어 치르는 선거가 계속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역시 조금씩 해소된다고 하나 영호남 모두 수도권이나 충청권만큼 의석이 고루 분포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지역구에서 기반을 다져온 후보 개개인의 이름값이 반영된 결과가 크다.
사람만 바꾸는 것으로는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병폐가 해결되지 않음을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했다.더 이상 공천과 극단적 지지자만 바라보는 거대 양당 체제에 기대서는 극적인 변화를 꾀할 수 없다.
정치개혁의 본질은 유권자의 민의가 단 0.1%라도 더 들어간 선거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권역별 비례대표제든 다 좋다. 대통령부터 여야까지 모두가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지금이야말로 적기이다.
이제는 정치개혁의 시간, 선거개혁의 시간이 되도록 국회가 더욱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론화하길 바란다.
송민석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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