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연금개혁의 이유
2023년 상반기에는 연금개혁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금개혁의 주요 대상은 국민연금이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노후를 결정짓는 중심 노후보장제도로 대다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경우에 따라서는 유일한 노후보장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떤 이들은 국민연금 대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이런 사연금제도는 상당한 세제혜택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노후보장에는 여전히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개혁의 근본 이유는 무엇이며, 개혁의 방향은 무엇을 향해 있어야 할까? 지난 20년 이상 국민연금 개혁 기조는 재정안정에 치우쳐져 있었다. 2007년에 유례없이 큰 폭의 국민연금 급여삭감이 결정되었고, 이후 국민연금 급여액은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새해에도 국민연금액은 또 삭감된다. 수십 년 후로 예상된 기금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전력을 다한 결과이다. 문제는 이대로 간다면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하여 연금을 받는 사람 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노후보장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후세대일수록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지만 급여액은 오히려 떨어지거나 정체된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늘어나지만 급여수준은 보잘것없다. 국민연금이 최저보장을 위한 공공부조제도나 기초연금과 구분되는 제대로 된 연금을 지급한다는 목표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연금개혁을 도모하는 근본 이유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재정문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번 연금개혁의 주요 과제는 여전히 재정이라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재정은 노후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안정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임은 명확하다. 그동안 재정논의를 앞세워 노후보장 목표를 등한시한 것은 분명 거꾸로 된 일이다.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누구에게 얼마만큼을 제대로 보장할 것인가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재정안정 수단을 종합하여, 사회여건에 맞게, 여러 시점에 걸쳐 배치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재정조치만 앞세운다면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제도의 기반을 잠식하며, 많은 이들의 노후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앞선 여러 나라 연금개혁은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그동안 국민연금 재정부담을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 확충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부담능력이라는 요소를 간과했다. 연금재정 부담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노동자와 사용자가 얼마만큼, 어떤 비율로 나눌 것인가에 관한 재검토 역시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민연금개혁에서 빠질 수 없는 의제는 취약한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문제이다.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 많은 특고종사자들은 노동자임에도 국민연금에 사업장 가입자로 가입하지 못하거나 아예 가입 자체를 하고 있지 못하다. 이들 특고종사자가 노동자성을 인정받거나 혹은 그에 앞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사용자와 분담하는 길을 찾는 것, 사업장가입자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 역시 이번 개혁에서 다뤄져야 할 이슈이다.
정리하면 새해 연금개혁 논의는 국민의 적정 노후보장에 관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위한 사회적 재정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제도 밖에 방치해 놓은 이들을 연금제도 안으로 제대로 포괄해내는 방안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국민연금 개혁이 있다. 물론 그 길에서 기초연금은 상당 기간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은 무엇을 향해 있어야 할까? 제도는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 성원 대다수의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짓는 연금제도 개혁은 이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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