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2. 12.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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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가 19일 카타르 루사일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펠레, 마라도나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루사일=AP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는 누구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난 뒤 주역인 리오넬 메시(35)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를 응원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클럽에서는 최고의 기록을 쌓아왔지만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메시였다. 그가 자신의 마지막 5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숙원을 이룰지가 관심사인 상황에서 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봤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의 성공을 바란 것은 메시가 그만큼 평소 기량과 매너 등으로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팬들이 특정 선수를 응원할 경우 그 선수와의 심리적 동일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 해당 선수의 성공과 실패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현 시대 가장 많은 축구팬을 가진 메시의 극적인 우승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의 성공과 함께 그를 둘러싼 열기와 지지로 볼 때 메시가 이 시대 최고 선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혀왔던 ‘축구 황제’ 펠레(82·브라질),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아르헨티나)와 비교하면 어떨까.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메시는 그동안 펠레와 마라도나에 비해 월드컵 우승이 없었다는 단점을 지웠다. 펠레는 3회, 마라도나와 메시는 1회씩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메시가 클럽의 각종 기록에서 마라도나에게 월등히 앞서므로 월드컵 우승 횟수에서 동률인 마라도나를 앞선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선수들 간의 비교는 기록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기록으로만 따지면 메시는 월드컵 3회 우승을 차지한 펠레보다는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펠레의 활약을 체감하지 못한 현 세대에게 메시가 펠레보다 못하다고 하면 쉽게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마라도나가 펠레에 비해 월드컵 우승 횟수에서는 뒤졌지만 나란히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것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역대 최고의 선수 논쟁에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하는 모순이 있다. 펠레가 활약한 1950∼70년대, 마라도나의 1980년대, 메시가 활약하는 현재 사이에는 각각 수십 년의 간극이 있다. 시대별 축구 환경과 전술 및 시스템의 변화를 감안하면 이 선수들을 통계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선수들을 전설로 만든 것은 동 시대에서의 압도적 활약과 이로 인한 충격 효과였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팬들의 반응과 스토리 등 각종 요소들이 시간을 두고 축적되면서 신화로 굳어졌다. 신화 간 우열을 비교할 수 없듯 이들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과학적, 물리적으로 힘들다. 그렇다면 이들은 각각 별개의 신화적 존재로 존중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다만 최근 역대 최고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 논쟁이 불거진 데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 간의 라이벌 구도가 한몫했다. 최근 10여 년간 축구계를 양분해 온 두 선수 중 누가 더 뛰어난가라는 논쟁이 촉발되면서 두 선수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각각 이들이 현 시대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선수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 논쟁은 점차 누가 더 역대 최고의 선수인가로 한층 가열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고조됐던 GOAT 논쟁은 메시와 호날두를 두고 벌인 적이 많았다. 메시와 동 시대에 활약한 호날두가 이번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두 선수 간의 우열 논쟁은 자연스럽게 메시에게로 기울었다.

하지만 활동 시기가 다른 이들 중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가라는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을 듯하다. 거기엔 절대적 기준이 없기에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해당 시대의 대표 선수로 꼽힐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모여 시대적 선수들의 반열을 이룬다.

현 시대의 영웅 메시도 다음 세대에는 지금보다 빛이 바랠 수도 있다. 세대별, 개인별로 경험한 애정과 인상이 다르기에 주관적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최고 선수를 선택할 수는 있다. 그건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메시는 이번 성공 신화로 인해 현 세대의 최고 선수로서 시대적 선수의 반열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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