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가 없어도 홀로 설 수 있는 세상 꼭 물려줄게”

김소영 기자 2022. 12.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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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소원을 품고 사는 이들이 있다.

'내 아이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이 소원인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이런 '슬픈 소원'을 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돌봄 부담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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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꺾이지 않은 마음]〈2〉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2년 전 여름,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던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오른쪽)과 그의 아들 윤현민 씨가 두 눈을 감고 자연을 느끼고 있다. 윤 회장은 현민 씨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25년 전부터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인식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제공
간절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소원을 품고 사는 이들이 있다. ‘내 아이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이 소원인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회장(58)도 같은 마음이다. 그에게는 꼭 이뤄내야 할 소원이 하나 더 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이런 ‘슬픈 소원’을 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2022년은 천재 발달장애인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성공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 해였다. 자폐 및 지적 장애를 통칭하는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5만 명. 윤 회장은 이들을 위해 지난 25년 동안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다잡아왔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 대책’을 비롯해 많은 관련 정책들은 윤 회장이 이끄는 부모연대 회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거둔 성과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23일에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 “유산 대신, 홀로 서기 가능한 시스템 물려주고 싶어”

모든 것의 시작은 우유만 주면 아무 말 없이 혼자 잘 놀던 아들이었다. 그저 순한 아이인 줄만 알았다. 1997년, 세 살 아들이 또래보다 말이 늦어 찾은 병원에서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큰 충격을 받고 3개월 내내 쌍코피가 났습니다. 의사가 ‘다 접고 두어 달만 푹 쉬어라’고 해서 부산 가덕도에 들어가 석 달을 혼자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내 아이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그는 매번 현실의 벽과 싸워야 했다. 처음 만난 벽은 어린이집 입학. 어린이집에서는 고함을 지르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들을 ‘도저히 안 되겠다’며 여러 번 돌려보냈다. 윤 회장은 “유산을 물려줘도 우리 아이는 제대로 쓸 수 없다”며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물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사업을 접고 거주지인 경남 김해에서 1997년 장애인부모회를 꾸렸다. 이때 장애 아동에게 적합한 보육을 제공하는 장애전담어린이집 설립을 이뤄냈다. 2004년에는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를 만들어 특수교육법 제정을 위해 힘썼다.

부모연대는 2008년 설립해 현재 8만 명의 회원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휴식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지금의 장애인 긴급돌봄 서비스에 밑거름이 됐다.
○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아들

그의 꺾이지 않는 부성으로 아들 현민 씨(27)는 7년 전 직업훈련을 받고 취업에 성공해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현민 씨는 현재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윤 회장은 “아들이 ‘출근하지 말고 쉬어라’는 말을 싫어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며 웃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 올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돌봄 부담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윤 회장의 내년 목표는 야간 시간대에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인식과 제도가 바뀌는 걸 보면 희망이 생깁니다. 아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현민아, 지금까지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아빠 없이도 현민이랑 현민이 친구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꼭 만들어줄게.”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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