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이어 박희영까지 구속... 특수본, 이태원 참사 수사 ‘윗선’으로 확대되나

법원 “증거인멸 우려 있어”… 구속영장 발부
특수본, 경찰·지자체 측 피의자 상대로 ‘1차 신병확보’ 성공
공동정범 법리 통했지만… 전문가 “윗선 수사는 더욱 세밀해야”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박희영(61) 용산구청장이 구속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과 지자체의 주요 피의자 1차 신병확보에 성공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윗선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뉴스1

박 구청장은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참사 발생 뒤에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못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된 최 과장 역시 전 관련 주무 부처 책임자임에도 사전 조치를 부실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와, 참사 당일 술자리를 갖던 중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귀가를 한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주요 피의자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증거인멸교사 혐의),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증거인멸교사 혐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업무상과실치사상), 박희영 용산구청장(업무상과실치사상),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업무상과실치사상, 직무유기) 등 6명이다.

특수본은 1차 신병확보 대상인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송은영 이태원역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특수본의 수사 과정은 험난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 대해 특수본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지난 5일 법원이 기각하면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특수본은 윗선 수사 동력을 잃을 것을 우려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주요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묶는 전략을 세우며 이 전 서장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결국 특수본은 지난 23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성공했지만,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들의 영장 적용 시기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뉴스1

그러나 경찰 측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성공한 것에 이어 지자체 관련 피의자들도 연달아 구속에 성공한 특수본은 수월히 후속 수사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태원 사고의 책임을 특정인에게 묻기 어렵게 되자 특수본은 각 기관 관계자들의 과실이 모여 참사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과실범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했다. 이 전 서장의 경우 구속영장 재신청 과정에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가 추가되긴 했지만, 특수본은 공동정범 전략을 통해 입증이 어렵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일정 부분 입증한 것이다.

경찰 측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으로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혐의 입증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 또한 박 구청장의 구속으로 용산구청의 상급기관인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수사의 교두보를 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수본이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윗선을 겨누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범한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구속이 되면 혐의가 인정됐다는 의미인 만큼, 비슷한 혐의에 대해서 강제 수사가 가능해져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실무진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는 법리적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특수본이 박 구청장이나 이 전 서장을 공동정범 전략을 통해 구속했다고 해서 윗선의 과실이 자연스럽게 추정되는 것이 아니다” 특수본은 구속영장 발부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1차 신병확보와는 별개로 윗선의 혐의 입증은 더욱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게 논리를 구성해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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