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K사령탑 삼국지... 박항서·신태용·김판곤 감독 지략대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쓰비시컵)이 지난 20일 막을 올렸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는 동남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참가 10국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베트남(96위)을 제외하면 모두 100~200위 사이로, 국제적 위상은 다소 떨어지지만 AFF 국가들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동남아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도 대회에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이 대회는 지난번까지 스즈키컵이었으나 스폰서사가 바뀌면서 대회 이름도 미쓰비시컵으로 명명됐다.
한국 축구팬들도 이 대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참가한 10국 중 3국 사령탑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박항서(63)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아 전력을 확 끌어올린 뒤 한국 감독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고, 신태용(52), 김판곤(53) 감독도 각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이끌게 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더불어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한국인 감독들은 목표인 우승을 위해 서로를 꺾어야 한다. 5국씩 속한 A·B조 조별리그에서 상위 2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데,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27일 오후 9시 30분 B조 조별리그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 감독들은 나란히 순항 중이다. 베트남은 21일 B조 1차전에서 라오스를 6대0으로 대파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뽐냈다. 말레이시아는 B조에서 미얀마를 1대0으로, 라오스를 5대0으로 누르며 2연승을 달렸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A조)는 앞서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36)가 이끄는 캄보디아를 2대1로 누른 데 이어, 26일 브루나이를 7대0으로 대파했다.
◇유종의 미 노리는 ‘쌀딩크’ 박항서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감독 열풍을 처음 이끈 이는 박항서 감독이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아 코치진-선수 간 가교 역할을 해냈다. 이후 국내 K리그 구단 감독을 역임하다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18 AFF 챔피언십 우승으로 베트남을 10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박항서 열풍에 휩싸였고 그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쌀과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더해 ‘쌀딩크’로 불렸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의 동행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는 지난 10월 “아름다운 이별”이라며 “내년 1월 31일 만료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 열정을 쏟았다. 이제 베트남을 떠날 가장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이번 AFF 챔피언십은 1월 16일까지 열린다. 박항서 감독은 또 한 번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원한다.
◇'크리스마스의 선물’ 신태용
2020년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코로나 사태로 1년 늦게 열린 2020 AFF 챔피언십에서 인도네시아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조별리그와 4강전을 거치면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아 인도네시아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현지 언론들은 “신태용 감독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태국과의 결승 1차전에서 0대4로 크게 패한 후 2차전에서 2대2로 비기며 반전에 실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인도네시아는 역대 총 6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다시 한번 AFF 챔피언십에 도전하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 첫 우승을 안길지 관심이 쏠린다.
◇김판곤 “말레시이아에 기쁨 안기겠다”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변신한 김판곤 감독도 AFF 챔피언십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한국 사령탑 선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았다. 김판곤 감독은 곧바로 성과를 냈다.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2승 1패(승점 6)로 조 2위를 기록,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말레이시아의 43년 만의 자력 아시안컵 진출이었다.
말레이시아는 2010년 대회 이후 12년 만의 AFF 챔피언십 우승을 노린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국민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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