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올해 ‘꽃이야기’ 50개 중 7개를 골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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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김민철의 꽃이야기’는 제가 올 한해 쓴 꽃이야기 50편 중 중 7편을 골랐습니다. 제가 괜찮게 썼다고 생각하는 형태, 그러니까 제가 쓰고 싶은 형태에 가까운 꽃이야기입니다. 늘 이 정도 소재와 밀도로 꽃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부터는 격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1. [김민철의 꽃이야기] ‘강짜’ 심했던 강청댁의 할미꽃 순정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용이의 아내 강청댁은 비호감형 인물 중 하나입니다. 용이가 무당의 딸 월선이를 잊지못하자 강청댁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월선이가 평사리에 와서 용이를 만나고 간 것을 알고 강청댁이 삼십리 밤길을 달려가 월선이에게 행패를 부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강청댁은 호열자(콜레라)가 평사리를 덮쳤을 때 맨 처음 허망하게 죽습니다. 남긴 자식도 없었습니다. 작가는 강청댁이 허망하게 죽은 것이 미안했는지, 강청댁에게도 새 신랑에게 할미꽃을 꺾어주는 순정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김민철의 꽃이야기] 벌써 11주기, 박완서에게 승은 입은 꽃들
박완서 소설에는 꽃이 많이 나올뿐 아니라 꽃에 대한 묘사도 탁월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꽃은 역시 ‘아주 오래된 농담’에 나오는 능소화 같습니다. 능소화는 이 소설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므파탈’ 이미지를 갖는 꽃입니다. 현금은 이층집에 살았는데, 여름이면 이층 베란다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타고 능소화가 극성맞게 기어올라가 난간을 온통 노을 빛깔로 뒤덮었습니다. ‘친절한 복희씨’에서 박태기나무꽃,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분꽃, ‘그리움을 위하여’에서 복사꽃도 아주 인상적으로 나옵니다.
3. [김민철의 꽃이야기] 윤대녕의 아몬드, 손원평의 아몬드
윤대녕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꽃을 보는 것입니다. ‘3월의 전설’에 산수유, ‘천지간’에 동백꽃, ‘상춘곡’에 벚꽃, ‘도자기박물관’에 사과꽃, ‘반달’에 함초가 나오는 식입니다. 그가 2016년 낸 장편 ‘피에로들의 집’엔 아몬드나무 꽃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몬드 꽃이 진 자리에서 맺히는 열매가 우리가 먹는 아몬드입니다. 손원평 소설 ‘아몬드’는 이 아몬드가 제목입니다. 뇌에서 ‘아몬드’라고 부르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하는 소년 얘기입니다.
4. [김민철의 꽃이야기] 박수근 그림에 핀 꽃들
올해초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박수근 전시회에 갔을 때 상당수 그림에 꽃이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고목’엔 하얀 꽃과 푸른 잎사귀가 가득했고 ‘꽃 피는 시절’은 제목 자체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고목’은 고목을 오른편에 배치하고 이 나무들에서 나온 가지로 화면을 채운 작품입니다. ‘꽃 피는 시절’은 얼핏 앙상한 가지만 남은 헐벗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품을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분홍 꽃잎과 연둣빛 이파리를 품고 있었습니다.
5. [김민철의 꽃이야기] ‘진달래꽃’ 이후 한국시 100년, 최고의 ‘꽃시’는?
한국 근현대시 중에서 꽃을 소재로 한 시 14편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그대, 내게 꽃이 되어’ 전시회로, 김소월의 ‘진달래꽃(1922)’ 발표 100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라고 했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산유화’, 한용운의 ‘꽃이 먼저 알아’와 ‘해당화’, 이상의 ‘꽃나무’,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동명의 ‘파초’, 정지용의 ‘노인과 꽃’, 이육사 ‘꽃’, 조지훈과 이형기의 ‘낙화’, 김춘수의 ‘꽃’, 나태주의 ‘풀꽃’ 등을 해당 시집과 함께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6. [김민철의 꽃이야기] 한·일 왕벚나무 원조 논쟁 110년만에 결론, 그 이후...
도심에 흔한 화려한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인데,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놓고 한일간에 100년 이상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일간 11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것을 그냥 ‘왕벚나무’로 부를 것이냐, 기존 전국에 심어 놓은 150여만 그루 왕벚나무를 어떻게 하느냐 등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생긴 것입니다.
7. [김민철의 꽃이야기] 애기장대, 식물의 비밀 아낌없이 알려주다
올봄 카오스재단이 진행한 강연 ‘식물 행성(Plant Planet)’을 듣다보니 가장 많이 나오는 식물 이름이 애기장대였습니다. 애기장대는 뿌리잎이 10개 정도 로제트형으로 모여난 다음 긴 꽃대를 올려 작은 흰 꽃을 피웁니다. 그 모습이 아래쪽은 꽃다지 같고 위쪽은 냉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식물이 식물 과학에서 대표적인 모델 식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애기장대는 발아해 씨가 맺힐 때까지 1세대 기간이 6주로 짧고, 유전체(genome) 크기가 작고 식물체가 소형으로 배양이 용이해 실험재료로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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