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소환 요구에 정면돌파? "일시·방식은 추후 협의"
'수사 검사 명단' 배포한 민주당…내부서도 "국민 눈높이로 봐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 조사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당 안팎의 사법 리스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사 일시와 방식 등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과 추후 협의하겠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동안의 '이재명식 사이다 정면돌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관련 수사 중인 일선 검사들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좌표 찍기'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정보를 더 알리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대응을 두고 일각에선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요구일인 28일을 이틀 앞둔 26일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도중 당대표실 밖으로 나와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앞에 선 이 대표 옆에는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안호영 수석대변인 등이 나란히 섰다.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위해 이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올 것을 통보했다. '성남 FC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2016∼2018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의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봐줬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윤석열 정부 경찰이 재수사하는 것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며, 검찰이 일시 및 장소를 협의하지 않고 일방 통보했다고 반발해왔다. 당사자인 이 대표도 지난 23일 "윤 정권은 또다시 노골적 '야당 파괴'에 나섰다"면서 "(언론은)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소환에 응할 거냐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 물어라"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만 해도 검찰 소환 요구 대응에 대해 "향후 문제에 대해선 검찰에서 또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안 수석대변인)"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반나절 만에 검찰 소환 요구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법 리스크와 이에 따른 당대표 리더십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대표가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도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검찰 출석 여부 등 현안을 논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계신다. 오늘도 초선 의원들과 같이했고 요즘 계속 식사할 때마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를 듣고 말씀 나누고 있다"며 "(당내) 대체적인 의견은 (검찰에) 나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 같지만 판단은 대표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 조사와 관련해 '일시'와 '조사 방식'은 추후 협의하겠다고 전제를 달았다. 당장 검찰이 출석 요구한 28일은 광주 현장 최고위와 본회의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9월 백현동·대장동 의혹 허위 사실 공표 혐의 관련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해서도 의원총회 등 당내 의견을 모았다며 '서면조사'로 대체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이번에도 검찰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직접 출석 대신 서면 조사를 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결단이 '정면 돌파'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당 안팎에선 사법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 대표가 검찰에 직접 출석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게(검찰 직접 출석이) 국민의힘과 차별점을 들 수 있는 이슈라고 보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해서라도) 28일에 나가야 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 본인도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하자 SNS를 통해 "대통령의 수사불응은 이미 예정된 것. 법 앞에 평등함을 증명하기 위해 불법적 수사불응에 국민과 동일하게 체포영장 발부해 강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대표와 별도로 당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에 호소하는 여론전에 뛰어든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이라는 제목으로 웹자보를 만들어 온라인에 공개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해당 웹자보에는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사건, 변호사비 대납 사건, 성남 FC 후원금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10명의 사진이 포함됐다. 이중 이상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의 사진을 중앙지검 성상헌 1차장 사진으로 잘못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유감을 표한다"고만 한 뒤 이를 수정해 재배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쫘표찍기'라며 날을 세웠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개딸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공격하라는) 좌표를 찍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수사 방해는 물론 '나를 조사하는 검사는 내 지지자를 지켜 스토킹하고 위협도 하라'는 방탄 돌격 명령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제1야당이 부정·비리 수사하는 검사를 직접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린 초유의 사태"라고 일갈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해당 검사의 실명과 얼굴은 이미 공개됐던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은 입장문을 통해 "홍보물 속 검사의 사진과 이름은 검찰청에 공개된 조직도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자신의 성과를 알리고 싶을 땐 이름과 사진이 널리 공개할 정보이고 '조작 수사'로 궁지에 몰릴 때는 공개해선 안 되는'좌표 찍기'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선 검사에 관한 정보를 더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 검사들이 문제가 있다는 건 다 알고 있다. 그건 경계하고 앞으로 필요하면 척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권을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해 우리가 정치 공방하면서 그들의 신상을 캐서 극성 당원들에게 공격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치 소환 조사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면서 검사를 공격하는 행태는 국민에 바람직하게 비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보다 성남 FC 부분은 정확하게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걸로 자꾸 끌면 오히려 이후에 명분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걸 받아야 부당한 다른 공세에 대해 맞대응할 때 우리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직접 출석해) 소환에 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본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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