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7] 연말과 새해 기분이 나지 않는다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1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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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것에 별 느낌이 없다는 등 연말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렇게 무감각해진 마음 뒤편엔 무기력감이 존재할 수 있다. 송년회를 즐겁게 하며 한 해를 기분 좋게 마감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려면 마음에 기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구인의 마음이 에너지 비상 상황이다. 다중 스트레스를 겪다 보니 마음이 거의 번아웃 상태이다.

과거의 충격적인 트라우마 기억은 현재에 재생되어 과거의 힘들었던 상황으로 돌아가게 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키운다.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불편해지는 것이다. ‘미니 트라우마’란 용어가 있다. 과거는 기억이라 할 수 있는데 삶의 작은 생채기들도 기억에 축적되면 현재와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 마음은 섬세하다. 그 섬세함이 창의력이나 수용성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 섬세함이 우리를 힘들게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툭 던진 말이 하루 종일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불편한 감정과 함께 며칠이나 맴돌 때가 있다. 그러다 사라졌는데 한참 뒤 툭 떠올라 다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험을 한다.

한 여성분이 호감이 생긴 남성이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지며 뒤로 물러서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과거 불편하게 헤어진 연애의 기억 때문에 ‘썸’이란 감정이 통증으로 느껴진 것이다. 통증이 생기니 뒤로 물러서기(stepping back)란 회피 반응이 나온 것이다. 호감이 있다면 두 번은 더 만남을 가지길 조언했다. 좋은 기억이 불편한 과거 기억을 대체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액션’, 행동이 필요하다.

2022년이 5일 남았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힘들었고 그렇다 보니 무기력하기에 현재 마음의 메모리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은 5일이지만 좋은 기억 3가지를 남겨 보길 권해드린다. 예를 들어본다면 좀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는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려 한다는 남편을 만났다. 좋다. 그런데 미안함을 표현할 때 ‘잔소리를 줄일게’ 같은 행동 변화에 대한 약속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작은 선물이 동반되면 더욱 좋다.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연말 메모리 콘텐츠로 훌륭하다. ‘어머니 염려와 기도로 제가 살아갑니다’ 같은 표현이 예가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버텨준 내 마음을 대견히 여기는 시간을 갖고 그 메모리를 남길 것을 강추한다. 우리 마음은 말보다 행동이 더 효과적이다. 내 마음이 좋아하는 음식, 활동 등 작은 선물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하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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