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특수본 수사 탄력

이태원 부실 대응 혐의…최원준 재난안전과장도 구속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26일 구속됐다. 경찰 외 다른 기관 책임자가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흘 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구속에 이어 박 구청장도 구속되면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11시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청 직원이 이태원 참사 피의자로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은 핼러윈 전 이태원 일대 안전 대책을 부실하게 수립하고 참사 후 대응도 미흡해 참사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박 구청장은 참사 후 휴대폰을 바꾼 의혹도 받는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앞으로도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특수본의 '공동정범'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최 과장과 경찰, 소방 등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 법리를 구성해 영장을 청구했다. 대형 사고는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도 이들의 과실이 중첩돼 터졌다는 논리였다.
앞으로 소방 등 기관 피의자들 영장 신청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 최 서장은 부실한 구조 지휘로 참사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송 역장은 무정차 통과를 요청하지 않아 참사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시청과 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분류되는 기관을 수사할 수 있는 동력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달 초 이임재 전 서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 단계에서 기각됐다. 특수본은 보름 동안 보강수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23일 이들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피의자들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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