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스포츠 워싱

박창억 2022. 12.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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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가 30년 전에는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권위주의 국가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의 비율이 1989∼2012년에는 15였으나, 그 이후 2022년까지 37로 상승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환경 문제가 수반되는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를 점점 부담스러워하면서 권위주의 국가가 그 빈틈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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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가 30년 전에는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10년 전부터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열리는 횟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아담 샤르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권위주의 국가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의 비율이 1989∼2012년에는 15였으나, 그 이후 2022년까지 37로 상승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환경 문제가 수반되는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를 점점 부담스러워하면서 권위주의 국가가 그 빈틈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 워싱’을 설명하는 데도 아주 유용하다. 스포츠 워싱은 독재, 인권탄압 등으로 나빠진 국가 이미지를 스포츠 이벤트로 세탁하는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악명 높은 호르헤 비델라 군사정권이 통치하고 있었다. 비델라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손잡고 월드컵 개최로 이미지 쇄신을 꾀했고 우승까지 차지하며 크게 성공했다. 2015년에는 고문과 인권침해로 비판을 받던 아제르바이잔이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 결승전 등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스포츠 워싱 논란에 직면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끝났지만, 개최지를 둘러싼 불편한 이야기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카타르는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가혹한 고용계약 시스템인 카팔라와 성 소수자·여성 차별 등 인권 문제를 뜨거운 축제 열기로 가리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 워싱 효과를 확인한 카타르는 2023년 아시안컵과 2030년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를 확정한 데 이어 2036년 하계올림픽도 욕심을 내고 있다.

카타르의 성공은 인권유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웃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추겼다.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비판받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월드컵 개최를 노리고 있다. 막대한 금액을 들여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수한 인간 정신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스포츠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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