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국회의원, 그들만의 세상

배민영 2022. 12.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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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더불어민주당을, 올해엔 국민의힘을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말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해석되듯, 정치권의 '국민 탓하기'를 용인하는 순간 우린 정치인들의 어떤 잘못도 비판할 수 없게 된다.

'한국 보수정당은 대통령당'이란 말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대통령 마음 얻기에 지금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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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더불어민주당을, 올해엔 국민의힘을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국회의원의 말과 행동이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구설에 오른 의원들을 선뜻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더 많았다. 지난 2년간 ‘국회는 왜 국민을 실망하게 하나’라는 질문의 답을 얻고자 했다. 마침내 지난 3월 어느 정치인한테 그럴싸한 대답을 들었다. “5000만 국민을 300명으로 압축시켜 놨으니, 그 안에 별의별 사람 다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당연히 모든 의원이 다 훌륭하지도 않을 거고요.”

아 맞다, 의원 300명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구나. 그 말을 들은 직후엔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는데,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정치권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을 ‘모집단’인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말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해석되듯, 정치권의 ‘국민 탓하기’를 용인하는 순간 우린 정치인들의 어떤 잘못도 비판할 수 없게 된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으로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이 물갈이된다는데, 왜 국회는 나아지지 않을까. 한 원로 정객의 대답은 다소 거칠었다. “결국 국민이 그 사람들한테 사기당한 거예요.” 그나마 이 대답이 맘 편하게 들린 것은, 적어도 ‘국민 탓’은 아니어서였다. ‘사기’는 친 사람이 가해자, 당한 사람은 피해자다.

올 연말 국회는 내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처리하지 못했고, 정기국회 처리에도 실패했다. 연내 처리를 해낸 게 그나마 다행이다. 좀 더 ‘정상적’으로 일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는 국민 염원이 담긴 ‘국회선진화법’이 2014년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의장이 여야를 향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역정을 냈는데도 소용없었다. 하긴 작년엔 어떤 초선 의원이 입법부 수장인 의장을 겨냥해 욕설을 떠올리게 하는 알파벳 4개를 대문자로 페이스북에 적은 일도 있었다.

국회는 결국 올해에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여권 ‘실세’들은 세력화 작업을 하려다 ‘사조직 결성’이란 비판을 받았다. 정권 초 황금 같은 시기는 내분으로 날렸다. ‘한국 보수정당은 대통령당’이란 말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대통령 마음 얻기에 지금도 분주하다. 야당 대변인은 주한 유럽연합(EU)대사의 발언을 왜곡 발표했다가 당사자 항의를 받는 망신을 당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제보를 국감장으로 끌고 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술판의 주역’으로 내모는 등 정국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다른 의원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자신의 ‘홍보 무대’쯤으로 여겼단 의혹의 중심에 섰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든 야든 문제가 생기면 상대 탓만 하고 스스로 고칠 생각을 안 해 이러한 사자성어가 선정됐다고 한다. 새해엔 공직이 권세를 누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 되기 위한 자리임을 정치인들이 행동으로 증명하길 기대한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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