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도시락

2022. 12. 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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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에서 남자들이 장 보는 일이 흔한 요즘입니다.

설거지는 물론 쓰레기 분리배출, 빨래, 식구들 식사 준비까지 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그걸 다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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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형
아내는 도시락 가방을 챙기며 안해안해 했을지 모릅니다
같은 일이나 반복하자고 같이 산 건 아니니까요 가끔 선물을 들고 뜻밖의 일처럼 내밀 때 한 남자가 되듯이
아내도 한 사나흘 바닷가나 찾아가 해변에서 긴 그림자놀이를 하다 문득 사람 냄새가 그리워질 때 돌아와
뜻밖의 일처럼
냉장고를 뒤져 아직 상하지 않은 것으로 한 끼 차려놓고 한 여자가 되었으면 싶었을 겁니다
이제 그렇게 합시다 정처 없이 혼자 놀다 어두워져 겁이 날 때 익숙한 곳을 찾듯 찾았으면 합니다
그때 아는 얼굴이 되어 다행이면 됩니다
집을 나서는데 의리로 산다는 말이 오늘의 따뜻한 도시락 같습니다
마켓에서 남자들이 장 보는 일이 흔한 요즘입니다.

설거지는 물론 쓰레기 분리배출, 빨래, 식구들 식사 준비까지 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이 시인이나 필자, 저보다 좀 더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도시락 가방을 챙기며 ‘안 해, 안 해’를 얼마나 했을까요?

하루 종일 일해도 티 안 나는 청소와 집안 대소사로 지친 아내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그걸 다 해냅니다.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의 꿈을 접은 아내입니다.

이제 아내도 한 사나흘 바닷가나 찾아가 해변에서 긴 그림자놀이를 하다

문득 사람 냄새가 그리워질 때 돌아와도 좋은 한 여자가 되어도 됩니다.

집을 나서는데 의리로 산다는 아내의 말이 오늘의 따뜻한 도시락 같습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힘들었던 올 한 해의 수고가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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