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부실 대응 혐의...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영장실질심사가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박구청장이 출석하고 있다. 2022.12.26 이태경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과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재원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을 구속했다.

이날 오후 11시 20분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 전담 판사는 두 사람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수본은 두 사람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지자체가 안전 관리와 감독 책임이 있는데도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했고, 검찰이 지난 20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박 구청장의 경우 참사 1주일 후 측근인 수행비서와 함께 애플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특수본은 이를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구속해야 할 사유라고 영장에 적시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 사유로는 참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시 주최자가 따로 없는 축제가 열린 만큼, 구청이 사전에 안전 관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었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 여부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 과장은 핼러윈 등 지역 축제와 관련해 안전 조치 책임이 있는 주무 부서 책임자다. 그는 참사 당일 낮부터 술자리에 있었고, 참사가 난 것을 인지한 직후인 30일 밤 12시 5분쯤 택시를 잡고 현장으로 가다가 근처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그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직무유기 혐의까지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3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이 구속된 데 이어 이날 박희영 구청장 등도 잇따라 구속되면서 특수본이 향후 서울시나 행정안전부, 경찰 고위직 등에 대한 수사에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수본은 또 당시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소방 측 주요 피의자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