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물꼬 트인 이태원 참사 ‘윗선’ 수사
법원 “증거인멸 우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26일 구속됐다. 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첫 사례다.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을 향한 수사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박 구청장과 최 과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두명 모두에 대해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 준비를 부실하게 하고 참사 발생 이후 늑장 대처해 354명의 사상자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 용산구의회를 통과한 ‘춤 허용 조례’(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이 조례 탓에 이태원 골목 주변 클럽 등지에서 나온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참사 당일 초동 대처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박 구청장은 특수본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는데, 이 같은 행위가 구속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 과장은 구청에서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주무 부서 책임자인데도 사전 조치를 부실하게 하고, 미흡한 사후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 밤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현장에 가지 않고 귀가한 혐의도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참사 발생 시 구호기관으로서 대응할 책임이 용산구청에 있었다고 본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등 참사 1차 책임기관 실무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입건한 특수본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 간부들의 구속영장도 조만간 신청할 계획이다.
특수본이 경찰에 이어 용산구청 간부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도 성공하면서 서울시·행안부 등을 상대로 한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난에는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의 네 단계 활동이 있는데, 이번 참사에서도 (지자체 등이)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용산구청 간부들의 구속을 계기로 경찰 외 타 기관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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