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화봉고 김솔이 대표팀 차출을 통해 얻은 깨달음
※ 본 인터뷰는 10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뿐이라 보고 배울 게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 것 같아요. 학교에선 훈련 인원이 적다 보니 기합 소리도 작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농구를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팀에 돌아왔을 땐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2학년이라 제가 앞에서 이끌어야겠다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많이 변했어요. 일종의 전환점이 된 셈이에요”
울산 화봉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김솔(174cm, F)의 말이다. 김솔은 올해 두 번의 대표팀 차출을 통해 보고 느낀 바가 많다며, 자신이 농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를 남겨둔 김솔의 2023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대회가 다 끝나고,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운동할 수 있는) 인원이 별로 없어서 연암중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1~2학년이 3명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3학년 언니들이 일주일에 3~4번씩 함께 해주고 있어요. 고마운 마음이 커요.
인원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겠어요.
(1학년이었던) 작년엔 8명이었는데, 올해는 계속 6명으로 운동했어요. 인원이 더 줄어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많았던 적이 없어서 그런가 익숙해요.
몸 상태는 어떤가요?
아픈 곳도 없고 괜찮아요. 발목을 가끔 삐긴 하지만, 운동을 쉴 만큼 다쳐본 적이 없어요. 원래 튼튼하거든요. 회복도 빠르고, 근육통도 잘 없는 편이에요.
튼튼한 몸의 비결은 뭔가요?
밥을 많이 먹는 게 비결이에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올 때 살 뺀다고 잘 안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빈혈이 한 번 왔어요. 그러고 나선 잘 챙겨 먹어요. 특히 엄마가 고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해주세요.
집밥이 최고죠. 그럼 농구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부터 나눠 볼까요.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때였어요. 저희 옆집에 사는 언니가 방과 후 수업으로 농구를 했었어요. 그때 살을 빼려고도 했고, 예전부터 농구가 해보고 싶어서 저도 시작하게 됐어요. 정식으로 (엘리트 체육을) 시작한 건 4학년부터예요.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떠셨나요?
엄마는 처음에 반대하셨어요. 제가 피아노 학원에 다녔었는데, 농구 하기 전엔 피아노를 계속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콩쿠르 대회 나가서 상도 받았던 피아노를 바로 그만둘 정도로 농구에 빠지니까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엄마 키가 큰 편이시라 저는 너무 크지 않길 바라셨나 봐요. 제가 농구 시작할 땐 또래 중에 거의 제일 컸거든요. 아빠는 부상으로 그만두셨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축구를 하셔서 그런지 흔쾌히 하라고 하셨어요.
농구의 어느 점이 좋았어요?
골 넣는 것도 재밌었고, 넣었을 때 언니들이랑 선생님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6학년 언니들이 엄청 멋져 보여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었어요.
선수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된 건가요?
어릴 때는 그냥 재미없어질 때까지 해보자고 생각했었어요. 딱히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그저 잘하고만 싶었죠. 그렇게 연암중에서 농구를 계속했는데, (함께 운동하던) 화봉고등학교 (박정숙) 코치님께서도 저한테 잘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코치님은 다른 언니들도 프로에 많이 보내셔서 ‘나도 선생님께 배우면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현재는 3~4번 포지션을 보던데, 어렸을 때는 어느 포지션을 맡았나요?
초등학교 땐 키가 큰 편이라 센터 위주로 했는데, 6학년 땐 제일 언니라 딱히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어요. 가드 빼고는 다 했어요. 중학교 때도 거의 올라운드였고요. 고등학교 오면서 좀 더 안쪽으로 정착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21년에는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3위를, 추계 대회에선 우승했었죠. 김솔 선수도 활약했고요.
인원이 많지 않았고, 첫 대회 때 손을 다친 언니가 있어서 제가 주전으로 뛰게 됐어요. 그땐 고등학교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돼서 체력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슛만 던졌는데 슛이 잘 들어갔어요. 슛이 잘 들어가니 다른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변화된 점이 있다면요?
체력 부분이 가장 크게 변했어요. 체력이 정말 부족했거든요. 체력이 오르니까 수비나 드라이브인이 같이 좋아진 것 같아요.
평소 코치님에게 듣는 조언도 소개해주세요.
항상 드리블 공격할 때 자세를 낮추라고 말씀하세요. 저보다 작은 상대를 앞에 두고 포스트업을 하는 요령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시고요. 선생님께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제가 빨리 잊고 다음 거에 집중하는 편이라 성격 칭찬을 받기도 해요(웃음).
본인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어떤 게 있나요?
제 장점은 슛 거리가 멀고, 빠른 타이밍에 쏘는 거예요. 단점은 슛이 막혔을 때 다른 플레이로 푸는 게 부족하다는 점이고요. 슛을 쏠 때 수비를 떼어내기 위한 동작 연습을 더 해야 해요. 개인 연습할 때 스텝이랑 드라이브인 연습도 많이 하고, 팀 훈련 때도 저한테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해서 하려는 편이에요.
프로 중에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강이슬 언니와 박혜진 언니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어요. 강이슬 언니는 슛도 좋고, 드라이브인 해서 다른 동작으로 연결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런 점이 인상 깊었어요. 박혜진 언니한테는 볼 컨트롤을 여유롭게 하면서 미스가 적은 점을 본받고 싶어요.
대표팀 얘기가 빠질 수 없죠. 올해 FIBA 여자 아시아 농구선수권대회 U16, U18 대표팀에 선발됐어요.
6월에 U16 대표팀에 갔어요.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되고, 민폐가 될까 걱정했어요. 요르단 가기 4일 전쯤에 삼성생명 언니들이랑 연습 경기하다가 코뼈가 조금 부러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틀 동안은 경기를 뛰지 말라고 하셨었거든요. 그래서 연습도 제대로 못 하고, 응원 열심히 하려고 했다가 경기 막판에 갑자기 투입됐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출전 기회를 받았고, 다행히 슛이 터져서 이후에도 출전할 수 있었어요. U18 대표팀에서는 저보다 잘하는 언니들뿐이라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인도전 3쿼터 후반부터 또 3점슛이 터져서 다른 경기에도 조금씩 뛸 수 있었어요. 그런데 16세 대표팀 때보다 슛이 많이 안 들어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대표팀에선 주로 슈터로 기용됐는데, 학교에 있을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면?
패턴이 정말 많았어요. U16에선 거의 60개 정도 외워야 해서 막막하긴 했는데, 하다 보니 외워지긴 하더라고요. 훈련에 참여를 많이 못 한 탓인지 경기 중에 많이 헷갈리긴 했지만요. U18에선 오히려 패턴이 많지 않았어요. (기본적인 부분을 맞추고 마무리는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하는?) 네. 전체적으로 팀워크를 맞추는 데 좀 더 집중했어요.
패턴 60개면 기본 틀에서 상황에 따라 상세히 나눠진 경우일 텐데, 패턴이 많아서 좋았던 점도 있나요?
공격보단 수비 패턴이 더 많았고, 외우긴 어렵지만 좋은 점이 있긴 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마무리만 다른 몇 개의 패턴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헷갈려 해요. 상대방이 ‘이 패턴을 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지만, 저희는 다른 패턴을 해서 효과를 보는 거죠. 패턴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도 가능하고요.
대표팀 경험은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대회 나갈 때마다 부진해서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 대표팀 합류를 통해 마인드가 좀 바뀐 것 같아요. 실력이 잘 느는 것 같지 않아 마냥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더 열심히 해보자고요. 거기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뿐이라 보고 배울 게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 것 같아요. 학교에선 훈련 인원이 적다 보니 기합 소리도 작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눈치 보는 것 없이 토킹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엄청 크게 하고,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어요. 힘들지만 열심히 온 힘을 다해 따라가게 됐죠.
가장 큰 변화는 농구에 임하는 자세군요.
네.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농구를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팀에 돌아왔을 땐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전에는 2학년이라 제가 앞에서 이끌어야겠다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많이 변했어요. 일종의 전환점이 된 셈이에요.
이제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만을 남겨뒀어요. 각오도 남다를 것 같은데.
주장이 되기도 했고, 중학교 친구들이 처음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많이 힘들 테니까 잘 챙겨주려고 해요. 팀도 대회에서 입상하는 게 목표고요. 제가 전국에서 특별히 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부상 없이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해로 만들 거예요. 내년 대회에선 슛 말고도 수비도 더 잘하고, 공격할 때 돌파나 비어있는 찬스도 잘 봐주는 등 여러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사진 = 대한농구협회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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