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서울 하늘 '구멍'… 5대 떴는데 1대도 못 잡아(종합3보)

'영공 침범'에 軍 전투기·헬기 등 투입에도 격추 실패
대응 지원 과정서 KA-1 경공격기 1대 추락사고 발생

지난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2022.12.26/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했지만 그 대응에 나선 우리 군은 이들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들 북한 무인기 중 1대는 수도 서울 하늘을 날다가 북한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경기도 김포시 전방 및 MDL 북쪽 상공에서 북한 무인기 1대의 이상항적을 처음 발견했다. 이 무인기는 한강 하구 중립수역 상공을 거쳐 김포 애기봉과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 사이를 지나 서울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왔다.

이 무인기는 서울 북부 상공까지 접근했으나 용산 대통령실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한 곳까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무인기는 우리 영공을 3시간가량 날다가 다시 MDL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이어 오후 들어선 북한 무인기 4대가 경기도 김포·파주, 인천 강화 상공까지 내려온 걸 우리 군이 차례로 포착했다.

이들 무인기는 남하과정에서 유턴을 하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등 다양한 항적을 보였고, 이 때문에 일부 무인기는 우리 군 자산에 탐지됐다 소실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기체는 우리 군의 탐지자산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포 일대에선 주택가 상공까지 날아온 북한 무인기가 현지 주민들에게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2022.12.26/뉴스1

우리 군 당국은 이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포착한 뒤 즉각 KA-1 경공격기를 비롯해 전투기 등 공군전력과 육군 공격헬기를 발진시켰다. 또 무인기가 우리 군에 포착된 사실을 북한 측 조종 인원이 알아차릴 수 있게끔 경고방송·사격도 수차례 실시했다고 한다.

북한 무인기들은 이날 우리 측 민가와 도심지 상공을 상당시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관련 피해를 우려해 무인기들이 민간인 지역을 벗어날 때까지 사격을 가하지 않은 채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이날 오후 우리 군 헬기의 레이더에 강화 교동도 인근 해안 상공을 날던 북한 무인기 1대를 탐지돼 1차례(20㎜탄 100여발)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 무인기 5대 모두 우리 군의 추적·격추 시도를 피했단 얘기다.

우리 군의 이날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은 우리 영공 침범 확인 이후 총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고 합참이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이날 MDL을 넘은 북한 무인기가 양 날개 길이 기준으로 2m급 이하 소형 무인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4·17년 국내에서 발견됐던 것과 크기(날개폭 1.9~2.5m, 동체 길이 1.2~2m 등), 무게(12~15㎏) 등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 상공에 진입했던 무인기는 '글라이더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이들 북한 무인기에 항공촬영을 위한 광학장비나 공격용 무기가 탑재됐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2022.12.26/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이런 가운데 우리 군도 북한의 이날 무인기 남하에 대응해 유·무인 정찰자산을 MDL 근접 및 이북 지역에 투입해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의 정찰·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다만 우리 군의 조치는 북한 무인기들의 영공 침범 거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북한 수도 평양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찰자산들은 이 같은 활동 뒤 모두 무사히 복귀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 측의 추가적인 대응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의 이번 비행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앞으로도 우리 군은 충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느냐'는 질문엔 "답변이 제한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우리 군의 이번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이 군 당국에 공식 확인된 건 지난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당시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주민에게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카메라엔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등 관련 사진이 550여장 찍혀 있었다.

북한 무인기 이날 남하 및 우리 군의 대응 조치에 따라 김포·인천국제공항에선 오후 1시18분부터 약 1시간 동안 항공기 이륙이 일시 중단됐다.

또 강원도 원주기지에서 북한 무인기 대응 지원을 위해 출격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는 이륙 후 횡성 지역에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행히 KA-1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에 성공해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