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사업 참여했더니 민간 업체만 ‘손실’
[앵커]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을 만드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LNG를 싣는 화물창 제조 기술은 국산화조차 제대로 안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주도로 국산 화물창을 개발했는데 이게 5년째, 바다 위에 발이 묶여 있다고 합니다.
문제가 뭔지 석민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상남도 거제 앞바다입니다.
17만 세제곱미터급 대형 액화천연가스 LNG선 한 척이 바다 위에 떠 있습니다.
벌써 5년째 운항을 멈추고 발이 묶여 있습니다.
LNG를 싣는 일종의 저장고이자 국산화 1호인 화물창인데 첫 운항에서 선체로 냉기가 새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자칫 운항 중 화물창이 폭발할 수도 있는 상황.
수리와 시험을 반복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화물창은 두 달 전 네 번째 수리를 받았지만 아직 시험운항에 나서지 못하고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 멈춰 서 있습니다.
같은 화물창을 탑재한 또 다른 LNG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배를 발주한 해운사는 지난 5년간 운항을 못 하며 수익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배를 건조하기 위해 빌린 돈의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해운사 관계자 : "(하루 이자비용이) 1억 원이 조금 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책기술이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 화물창의 하자가 빨리 해결되고 있지 않아서…."]
배를 만든 업체도 반복된 수리로 비용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LNG 화물창은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국책 과제로 추진한 사업인데 기술 개발에 실패하자 손실은 민간기업들이 떠안게 된 겁니다.
가스공사는 설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소송을 통해 책임을 가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운송 차질로 손해를 입었다며 해운사에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 없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면서 국비까지 투입한 한국형 화물창은 '미완성 기술'이라는 오명만 남기게 됐습니다.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석민수 기자 (m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합참 “북 무인기 5대 영공 침범”…카메라에 잡힌 무인기
- 군, 경고사격·방송…북 주요시설 촬영 맞대응
- [단독] ‘피격’ 알고도 9시간 보고 미룬 서훈…“분석 더 필요”
- “북 무인기 대응하려다”…공군 비행기 또 추락
- [단독] 참사 직후 정보국 문자 “경찰 책임 부각 우려”…비난피하기 ‘급급’ 흔적
- ‘뇌까지 침투’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국내 첫 확인…50대 사망
- 실종 택시기사 5일 만에 ‘옷장 시신’…“음주사고 낸 운전자가 살해”
- ‘반지하’는 그날에 멈춰있다
- 공공기관 정원 3% 줄인다…더 추워질 고용 시장
- 시대의 그늘 비춘 언어의 등불…‘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