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일손’으로 입국한 외국인, 어디로 새나 봤더니
급여 많은 도시 공장으로 옮겨
일손 부족한 농어민만 ‘골탕’
방문취업 유학 비자입국 늘며
불법체류자 올해 41만명 넘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각종 편법을 사용해 근무지에서 이탈해 불법 노동으로 빠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자 발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고용허가제(E-9)나 계절근로(E-8), 방문취업(H-2) 등의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근무지를 이탈한 뒤, 취업이 불가능한 업종에서 일하는 것이다. 정작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은 채 불법 체류 외국인 수만 늘며 불법 노동 시장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스리랑카인 A씨 사례의 경우 경찰 조사 기간에 근로지 이전을 임시로 허용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 경찰에 신고를 하면,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서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분리를 위해 근로지 임시 이전 허가증을 발급해준다. 이 허가증이 있으면 최초에 비자 발급을 보증해준 곳 외에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력 수요가 많은 농어촌에 입국한 뒤 급여가 더 높은 공장 등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수협은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중 90% 가량이 이미 최초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임시 이전 허가증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 내에서 근로가 허용된 업종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아예 다른 업종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노무직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업체들도 이를 눈 감아주고 있어 불법 고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비자인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비자 대신 유학·어학연수(D-2, D-4) 등 노동 목적이 아닌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 결과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비전문취업(E-9) 비자 입국자는 15만1116명에서 2022년 10만5465명으로, 같은 기간 체류자는 27만6755명에서 25만307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문취업(H-2)비자 입국자는 25만655명에서 2만3692명으로, 체류자는 22만6322명에서 10만8749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유학·어학연수(D-2, D-4) 비자 체류자는 늘고 있다. D-2·D-4 비자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9년 18만1945명에서 2022년 20만41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국적을 보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유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근로 목적으로 동남아 국가 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어학원·학교 측에서도 외국인들이 근로 목적으로 입국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등록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 이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농어민의 몫이다. 농어촌 일자리는 내국인 기피가 심해 외국인 노동력에 기댈 수밖에 없어 인력 공백이 생기면 이를 채울 길이 마땅치 않다. 윤 씨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자 한 명을 배정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렇게 도망 가면 업주 점수가 깎여 이후 고용에서 후순위로 밀린다”며 “몇 년 간 기다려서 배정받은 건데, 이런 사례가 반복되니 노동력 수급에 큰 차질이 생겨 금전적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농어촌 지역 인력난 해결을 위해 고용허가제(E-9)와 계절근로(C-4, E-8) 비자 발급 인원을 늘리고 비자 요건을 완화하는 중이지만 입국 이후 이탈자가 많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불법체류자 고용 경험이 있다는 농민 B씨는 “인력 공백을 채워야 하니 불법체류자라도 고용하게 된다”며 “합법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우리도 맘 편한데, 이것이 쉽지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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