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5시간 뚫린 영공…軍, 100여발 쏘고도 격추실패(종합)
MDL 넘어 북으로 유·무인정찰기 보내 북한군 정찰…9·19합의 무력화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 무인기가 26일 5년 만에 남측 영공을 침범해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5시간 넘게 휘저었지만, 우리 군은 격추에 실패했다.
북한 무인기들은 북으로 돌아가거나 우리 레이더 탐지에서 사라져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북한 무인기는 총 5대가 식별됐다. 먼저 포착된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지역 상공까지 직진한 뒤 서울을 벗어났고 총 3시간가량 비행 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서쪽으로 진입해 강화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항적을 보였는데 군은 이 4대가 남측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교란용으로 판단했다. 이 4대는 우리 군 탐지자산에 순차적으로 포착됐다가 소실된 뒤 항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 5대의 항적은 크게 1대와 나머지 4대로 구분되고, 이들의 출발 지점은 식별되지 않았으나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들의 정확한 복귀 시간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오전부터 총 5시간여 작전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 군 조종사가 북한 무인기 1대를 육안으로 식별했는데, 날개 전장 기준 2m급으로 보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레이더로만 포착해서 형태가 파악되지 않았다.
2017년 6월 강원 인제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는 폭 2.86m에 길이 1.85m, 2014년 4월 백령도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폭 2.46m에 길이 1.83m였다.
육안 식별된 1대의 모습은 2017년 6월 인제 추락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로 보였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은 공군 전투기, 공격헬기, 경공격기 등으로 대응에 나서 교동도 서쪽 해안에서 레이더에 무인기가 포착되자 헬기의 20㎜ 기관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에는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며 "민가와 도심지 등이 있는 상공이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어날) 우리 국민의 피해를 고려해서 그런 지역에서는 사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상공을 장시간 휘젓고 격추에도 실패하면서 군의 대비태세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무인기는 저공·저속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고 적외선 방출 신호가 약해서 탐지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시 북한으로 넘어갈 때 요격 시도를 활발하게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오는 27일 현장 작전부대들을 방문,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은 또 무인기를 포착한 뒤 지상에 무인기 조작 인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측을 향해 경고 방송과 함께 경고 사격을 가했다.
군은 군사분계선(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유·무인 정찰기를 투입,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침범 행위에 상응한 조치를 취했고 북한군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 활동을 실시했다.
북한 내륙 깊숙이 진입하는 등의 조치는 아니며 진입 거리를 상응하는 수준으로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대응은 없었다.
북한이 먼저 MDL을 넘었고 남측이 상응해서 북쪽으로 자산을 보냈지만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공중완충구역을 침범, 9·19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상대방 군사 통제 아래 있는 지역과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적의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이런 도발에 대해 앞으로도 우리 군은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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