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100일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혁명 이래 최장 반정부 ‘히잡 시위’
배우·축구 스타까지 지지
젊은층, 종교 규율 뒤집어
지난 9월 이란에서 22세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이란 ‘히잡 시위’가 25일(현지시간)로 100일이 됐다.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반정부 시위라고 BBC가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시위자들을 체포하고 사형을 선고하는 등 시위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금까지 6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5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사망했다. 두 명의 시위자가 처형됐고 최소 26명이 사형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전에도 이란에서 여러 차례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 시위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특히 여성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이란 여성들은 ‘여성, 생명,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위를 이끌고 있다.
일부 이란 유명 인사들은 시위 지지를 선언한 뒤 체포되거나 추방당했다.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는 시위자 처형을 비난한 후 감옥에 수감됐다. 이란의 저명한 배우 페가 아항가라니는 BBC 인터뷰에서 “이제 이란은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유명한 축구 선수인 알리 카리미도 시위를 지지했다. 그는 이란 정보요원들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결국 미국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명 축구 선수 알리 다에이는 시위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뒤 이란 사법부가 자신의 보석 가게와 식당을 강제로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젊은 세대는 시위의 최전선에서 엄격한 종교적 규칙을 무시하고 히잡을 태우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위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그중 하나가 ‘터번 던지기’다.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 뒤에 몰래 다가가 그들의 터번을 벗기고 도망가는 것이다. 한 16세 소년은 지난달 ‘터번 던지기’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0일 동안 구금됐다. 그는 감옥에서 몽둥이로 구타를 당했고 알 수 없는 알약을 투여받았다고 그 가족의 측근이 전했다.
이란 당국은 구금 중 사망하거나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을 희생자 가족을 침묵시키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한 시위자의 형제가 몇 시간 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다 영안실에서 시신을 훔쳤다고 전했다.
비정부기구 쿠르드인권네트워크는 사형을 선고받은 쿠르드계 래퍼 사만 야신이 구금 중 고문을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란에서 두 명의 남성이 시위와 관련해 국가 보안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그리고 많은 사형수들이 감옥에서 고문을 당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시위 규모가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했지만 “9월16일 이후 시위가 없는 날은 단 하루도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시위 활동의 감소가 반체제 운동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란 정권은) 이 시위가 국가 안보 기구에 부담을 준 정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수준의 탄압을 무기한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시위대는 정기적인 정치적 저항 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필요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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