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그늘 비춘 언어의 등불…‘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앵커]
앞서 보신 반지하의 우리 이웃들에게 오늘(26일) 하루는 또 어땠을까요?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이른바 '난쏘공'으로 익숙한 소설 조세희 작가의 말입니다.
70년대 도시 빈민의 절망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읽히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 바깥의 모두가 마치 난장이처럼 자라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망 대신 가슴에 철 기둥을 심고 나아가자던 조세희 선생이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통받는 약자들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고인의 문학적 발자취를 김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달동네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던 한 가정에 청천벽력처럼 날아든 철거 계고장.
["8월 30일까지 자진 철거하래요."]
그렇게 서서히 상처받고 짓밟히는 다섯 식구의 삶은 지상에 있는 지옥이었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질주하던 1970년대 후반.
음지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비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우리 문단에 본격적으로 '불평등'이란 화두를 던진 선구적 작품입니다.
[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 교수 :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교육으로 해결할 것인가, 사랑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금 MZ 세대들에 이르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고요."]
1978년에 출간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40여 년 동안 꾸준히 읽히며 지금까지 320쇄, 148만 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이렇게 오래도록 소설이 읽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조세희/소설가/2008년 육성 : "이렇게 읽힐 거라는 생각은 내가 해보지 못했어요. 근데 한국의 어떤 상황이 이걸 읽게 했는지..."]
그래서 생전에 글을 쓴 시간보다 쓰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던 작가.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은 고인의 모습입니다.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 "한국 문학의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산이라고 선생님의 소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이 없는, 그런 세상을 염원했던 조세희 작가.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28일 오전 9시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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