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는 그날에 멈춰있다

문예슬 2022. 12. 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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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해를 마무리하며, KBS는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오늘(26일)은 첫 순서로, 재난을 당하고도 아직 일상을 되찾지 못한 이웃들을 돌아봅니다.

물난리, 산불 등의 피해가 매년 반복되는데도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화 기생충은 허구지만, 수천 명이 사는 반지하는 허구가 아니다."

올여름, 기상 관측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서울에서 내렸습니다.

이 건물 지하로 들어찬 빗물은 순식간에, 사정 없이 두 가족의 반지하 집으로 들어찼습니다.

엄청난 수압에, 반지하 집 현관문도 떨어져 나갔고, 사람도, 살림살이도 휩쓸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떠나간 집.

엉망이 된 집안 모습이 그날의 상흔을 보여주고, 이 집에 살던 가족들이 언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모은 돈에 대출까지 얹어 산 집.

전예성 씨의 세 자녀는 그날 이 보금자리에 갇혔습니다.

[전예성/서울 관악구 반지하 침수 피해 : "애들 딱 세 명 다 올려보내고 나니까 현관문이 터져 버리더라고요. '빵' 터지면서 물이 그냥 순식간에 치고 들어오는데…."]

전 씨 가족은 가까스로 방범창을 뜯고 탈출했지만,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이웃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 집, 40대 자매와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이 사건은 올여름 최대 비극 중 하나였습니다.

[8월 9일 9시 뉴스 : "해가 더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까지 찾아왔던 이 골목.

그러나 피해 복구는 결국 주민들 몫이었습니다.

보일러에 창틀 수리까지, 집을 뜯어고치는 데 3천만 원 넘게 드는데,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은 다 합쳐도 4백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 씨는 결국 수리를 포기하고 빚을 더 내서 다른 집에 월세를 들어야 했습니다.

[전예성 씨/반지하 침수 피해 : "이 집을 어떻게 해야 하죠? 버려야 되나? 이건 고민거리죠. 살긴 살아야 되겠죠 사람이 갈 데 없으니까."]

침수 주택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도배와 장판 등의 복구비 명목으로 세대 당 200만 원으로 고정돼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간혹 추가 지원이 뒤따를 때도 있지만, 아무리 피해가 커도 이 기준 자체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지원 대상 장소도 '주거 공간'으로만 한정돼 있습니다.

[조은희/경기 광주시 옹벽 붕괴 피해 : "테라스랑 다 파손이 됐지만 '집 안'이 아니어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자기 돈으로 다 돌 치우고 하셨어요."]

완진까지 9일, 피해액 1,300억 원.

올봄 울진 산불의 기록입니다.

정혜선 씨는 4억 원을 들여 노후용으로 지은 집이 이때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습니다.

[정혜선/경북 울진 산불 피해 : "아무것도 못 건졌죠.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고…."]

정 씨가 받은 정부 지원금은 임시 인상분 포함해 3천 8백만 원.

통상, 15평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삼는데, 집이 전파되면 천 6백만 원, 반파 시 8백만 원이 지원됩니다.

6년째 동결된 이 기준은 주택의 실제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정혜선/경북 울진 산불 피해 : "입장을 바꿔서 2016년도에 입사하셨을 때 월급, 지금 그대로 드린다면 생활할 수 있나요?"]

전체 이재민 195가구 중 190가구가 한겨울이 된 지금까지도 임시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남응숙/경북 울진 산불 피해 : "어제 문제는 이게 다 얼어서 물도 안 나왔어. 아예 통과가 안 됐지."]

재난 피해에 대한 자구책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아직 8% 수준.

그나마도 산불 피해는 대상이 아닙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 규칙을 바꿔서 내년도 재난지원금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안민식/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서수민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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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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