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직원 면전에서 “조직 빨리 안 고치면 평생 소아마비”
‘잘못된 상태’ 장애에 빗대
왜곡된 인식 자질논란 증폭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 황정일 대표가 중증 소아마비 장애인 직원에게 “사회서비스원은 초기 설계가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소아마비도 빨리 안 고치면 평생 소아마비로 살게 된다”고 비유했다. ‘잘못된 상태’를 장애에 빗댄 것으로,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공공돌봄기관장의 왜곡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황 대표는 지난달 14일 서사원 소속 종합재가센터지역별 센터장과 본부 직원 등이 모인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회의는 서사원이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운영상 문제를 지적받은 후 이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황 대표는 이 회의에서 “서사원이 (초기 단계부터) 잘못 만들어졌다”면서 재단을 해산하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중증 소아마비 장애인인 A센터장이 “(사람이) 잘못 태어났다고 해서 죽으라고 하진 않는다”고 하자 황 대표는 “그렇게 비유를 하면 저도 참담한 비유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아마비로 태어났는데 빨리 안 고치면 평생 소아마비로 살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 앞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일 뿐 아니라 장애에 대한 황 대표의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자리에 있던 B센터장은 “잘못된 상태나 정책을 장애인과 동일시해 말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장애인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기관에서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조직을 어떻게 끌어간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서사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어르신 돌봄서비스와 영·유아 보육은 물론 장애인 활동 지원 등도 서비스한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말실수했던 것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도 했다”면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고 모든 병과 문제는 조기에 발견해서 고쳐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황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오 시장의 지난 임기 때인 2006년 서울시 비서실장, 2010년 시민소통특보를 지냈다. 지난해 11월 서사원 대표이사로 임명됐으나 사회복지 관련 경력은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사원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에게 낮은 수익성 문제 등을 지적받아 출연금이 대폭 삭감됐다. 서사원이 제출한 요구액은 210억원이었으나 서울시와 시의회가 각각 42억원, 100억원을 삭감해 68억원만 통과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두고 “지자체의 공공돌봄 기능을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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