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노조 재정 투명화 위해 현행법부터 엄밀히 적용”
윤 대통령 ‘노조 부패’ 재언급
‘회계 공시 시스템’ 검토 지시
노조법상 행정관청 요구 땐
결산·운영 등 보고 규정 강조
“미흡한 부분 시행령 등 보완”
민주노총 “노조 부정·폄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노조 부패’를 재차 언급하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저조하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서도 ‘노노 간 착취 구조’ 등을 거론하며 대형 노조에 화살을 겨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노 간 착취 구조 타파가 시급하다”며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용노동부도 이날 법령 개정 추진 의지를 밝혔다. 노동부는 ‘노조 재정 투명화’를 위해 우선 현행법을 엄밀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자주성에 기반한 노조 운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노조 자율·자주성 보장으로 방치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행법령이 미흡한 부분은 시행령이나 모법 개정 등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제14조를 보면 노조는 조합 설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사무실에 비치해야 한다. 이 서류는 3년간 보존해야 한다. 또 27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가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253곳을 대상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른 재정에 관한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말까지 자율 점검을 안내하기로 했다. 253곳을 상급단체별로 보면 한국노총 136곳, 민주노총 65곳, 전국노총 4곳, 대한노총 1곳, 미가맹 47곳이다.
윤대통령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보고에 앞서 “노조부패도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이 장관은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곧바로 관계부처와 협의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미국에서 1959년 제정된 ‘랜드럼 그리핀법’(노조운영보고 및 공개법)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방침이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불합리한 또는 비리 부정의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행정관청이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은 한상진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역할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퇴행으로 몰고 가는 불손한 의도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선희·조해람·심진용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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