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대박 내던 ‘이것’…하락장 오자 눈물의 청산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2. 12. 26. 21: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가하락·높은 세율로 인기 시들
미국 250개 SPAC 미래 불투명...청산 늘듯
비상장사 “합병시 기업가치 예전만 못해”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이 줄줄이 청산에 돌입했다. 주식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SPAC을 통한 상장으로 인한 수익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각) SPAC 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미국에서 총 70개에 달하는 SPAC이 청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달 SPAC 청산 건수는 지금껏 전체 청산 건수를 앞섰다”면서 “SPAC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고, 내년에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빠른 속도로 청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PAC 상장은 코로나 발발 이후인 2020~2021년에 미국 자본 시장에서 붐을 이뤘다. 금융권에서 SPAC을 설립한 뒤 자본을 모아 먼저 기업공개(IPO)를 하고, 이후 비상장사 중 유망한 기업을 합병한다. 지난해는 테슬라 대항마로 유명한 루시드모터스와 동남아의 우버 그랩이 SPAC을 통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2년간 SPAC을 통해 기업공개를 한 비상장사만 300곳이 넘는다.

비상장사들은 SPAC을 통해 상장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SPAC을 만든 설립자(스폰서)들과 이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 시장이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주가가 올해 들어 곤두박질치면서 루시드 모터스의 경우 SPAC 합병 후 주가가 70% 이상 하락했다. 자본 시장이 달라진 것이다.

미국 SPAC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해당 기간 내에 피합병법인을 찾지 못하면 청산되는 구조다. 주식 시장 하락과 함께 세율은 더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식 환매에 대해 1% 연방세가 부과되면서 청산을 가속화시켰다”며 “더욱이 내년부터는 자사주 매입에 세금이 붙은 것이 화근이 됐다”고 설명했다.

SPAC 청산에 따른 손실 규모는 향후 몇 달 내에 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존 차샤스 메튜셀라 자문사 총괄은 “앞서 부를 창출하는 환상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던 SPAC이 독이 든 성배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 시장이 뜨거울 때는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합병할 비상장사를 적극 찾아 나섰지만, 이제는 청산을 통해 투자한 현금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비상장사 역시 SPAC을 멀리하고 있다. 우량 비상장사로서는 높은 가격으로 상장이 어려워지자 상장 일정을 보류하는 추세다.

딜로직에 따르면, SPAC과 합병한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지난해 약 20억달러에서 올해 4분기 약 4억달러로 급락했다. 기업가치가 5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약 400개에 달하는 SPAC이 합병할 기업을 찾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만 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150개 SPAC이 인수 합병 계약 중이다. 이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회사도 있다. 하지만 250곳은 여전히 향방이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PAC 설립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번 분기만 SPAC 설립자들은 약 9억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은행·법률 회사 등에 사전 지급한 돈이다. 마이클 오레게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오늘날 경제 환경이 SPAC을 매력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