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산업’과 밀접한 퍼블리시티권, 일본·독일 명문화 없이 ‘재산’ 인정
미, 연방법 대신 ‘주법’ 제정
28개 주 판례로 권리 보장
법무부가 26일 민법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힌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은 ‘스타 산업’이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초상·성명·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기도 한다.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나라 모두가 법률에 명문화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통일된 연방법이 없다. 대신 여러 주가 주법에 명문화해 재산권으로 적극 인정한다.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19개 주는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했고, 28개 주는 판례로서 권리를 인정한다.
미국 법원이 최초로 경제적 권리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사건은 1953년 ‘야구카드 사건’이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진을 독점적으로 광고에 사용하도록 허락받은 껌 제조회사 A사가 경쟁사 B사의 광고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다. 재판부는 “유명인들은 자신과 같거나 비슷한 인물이 상업적으로 사용되면 자신들이 광고에 등장함으로써 얻게 되는 금전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일본은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지만 판례를 통해 인격권과 다른 별도의 재산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1990년 ‘오냥코 사건’이 퍼블리시티권을 본격적으로 인정한 판례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 ‘오냥코 클럽’이 멤버의 이름과 사진을 게재한 달력을 무단 판매한 업자를 상대로 상품의 판매 금지, 폐기, 손해배상을 청구해 인정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예능인의 성명·초상이 가진 ‘고객흡입력’은 예능인이 획득한 명성, 사회적 평가, 지명도 등에서 생긴 독립된 경제적 이익으로서 해당 예능인에게 고유한 것으로 귀속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독일도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인격권의 재산적 이익’을 인정한다. 2012년 독일연방대법원은 독일 부자로 유명한 군터 삭스가 C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료 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C신문사는 삭스가 요트에 누워 C신문을 읽는 사진과 함께 ‘플레이보이도 C신문을 읽는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법원은 초상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사 형식으로 실렸다고 해도 실질이 언론사의 자기 광고라면 위법한 초상권 침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인격권보다 중시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독일연방대법원은 2006년 퇴임한 재무부 장관 오스카 라퐁텐의 사진을 동의 없이 자동차 대여 회사 광고에 사용한 사건에서 라퐁텐의 사용료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 광고가 라퐁텐을 정치적으로 풍자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광고라는 범주 내에서 정치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자동차 대여 회사가 주목받는다고 해도 그런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튜브 속 내 얼굴과 목소리,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한다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