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늘었지만 빚은 더 늘어…올해 국내 기업은 ‘덩치 큰 약골’

상의, 상장사 1612곳 재무상황 분석…수익·안정·활동성 일제히 악화

올해 국내 기업들이 ‘덩치’는 커졌지만 빚도 그만큼 늘어난 데다 영업이익 등 내실은 부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 상황을 각각 분석했다고 26일 밝혔다. 분석결과 기업매출,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이 악화됐다.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은 일제히 나빠졌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매출액은 늘었다.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0% 늘어났다. 코로나19 안정세에 접어든 지난해(14.0%)에 이어 매출 성장세가 유지된 것이다.

반면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했으나, 올해는 2.3%포인트 감소했다.

총자산은 이전 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났다. 보고서는 “빚으로 쌓아올린 자산”으로 평가했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합산 총자산은 39조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원 늘어 부채 증가액이 자산 증가액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 증감률은 지난해 1~3분기 53.5%를 기록했으나,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대기업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3분기 대기업의 영업이익 증감률은 58.3%였으나 올해는 -12.5%였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안정성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 기업의 1~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의 부채비율(74.2%)과 차입금의존도(18.9%)보다 올라갔다. 기업의 ‘활력’도 떨어졌다. 보고서는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